'오래 평범을 지키면서 공을 쌓는 사람'

들어오는 이를 선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정승룡(법명 종현·서곡교당 교도회장) 원장. 그의 기운을 닮는 것일까, 그가 머무는 공간이 환하고 밝다. 어떤 아픔도 마법처럼 사라질 것만 같은 진료실 창 안으로 오후햇살이 가득했다.

서른 초반에 치과 전문의 길에 접어들어, 올해로 26년차 베테랑 의사인 그. 그가 가장 행복할 때는 '환자들이 웃을 때'다. 치과치료 환자들의 고통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가히 짐작이 되는 법. 그런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편안하게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제가 해드린 틀니를 20년 동안 사용한 할머니가 다시 찾아오셨어요. '오랫동안 잘 사용했다'며 고마워하셨죠. 다른 치과에서 발치를 해야 한다고 들었던 환자는, 치료과정은 좀 어려워도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경우였어요. 염증부터 다스리면서 치아를 살려내는 치료를 마쳤지요. 감사선물을 받은 기억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환자들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 쑥스러운 미소가 어린다. 정직하고 성실한 진료는 치과 전문의로서 기본자세이니, 딱히 내 보일 게 없다는 미안한 마음마저 읽힌다.

이런 그가 치아건강을 위해 무엇보다도 잇몸관리의 중요성을 전한다. '치아는 씹는 기능과 외모의 결정, 발음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그는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큰 원인이 잇몸질환(풍치)과 충치라고 말한다. 성인으로 갈수록 잇몸질환에 의한 비율이 높아져, 90% 이상이 풍치가 있거나, 경험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풍치란 치아를 지탱하는 구조, 즉 뼈, 인대, 잇몸 부위의 감염을 말합니다. 풍치의 초기 증상은 잇몸이 가려우며 피가 잘 나고, 잇몸이 빨갛게 부어오릅니다." 그는 이 단계에서는 치석제거(스케일링)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풍치가 심해지면 이가 들뜨는 느낌이 오고, 흔들리며 악취가 납니다. 이때는 스케일링과 함께 잇몸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방심하면 풍치가 말기에 이르고, 이때는 발치를 해야만 치료가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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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성실한 진료는
의사로서 기본자세

소신과 가치기준
교법에 맥 대고
성실히 실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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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풍치의 주요 원인은 치석임을 상기시킨다. "치석은 프라그(치태)를 제때에 제거해 주지 못했을 때, 즉 양치질을 소홀히 했거나, 열심히 했더라도 양치질의 방법이 부적절 했을 때 치태가 굳어서 발생합니다.이 치석이 치아에 달라붙어 치아와 잇몸 사이를 파고들기 때문이지요." 치열이 비뚤어진 사람과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치석이 더 쉽게 끼며, 또 부적절한 보철물을 장착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렇다면, 풍치를 예방하거나 풍치에 걸렸더라도 치아를 살릴 수는 없을까. 그는 건강한 치아를 간직하고 풍치를 예방하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잇솔질'이라고 강조한다. "매 식사 후에 올바른 방법으로 철저하게 잇솔질을 하면 풍치를 거의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잇솔질'의 중요성과 함께 주지시키는 것이 '스케일링'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다. "잇솔질로도 제거되지 않는 딱딱한 치석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해서 제거해야 합니다. 흔히 스케일링에 대한 그릇된 편견 때문에 풍치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스케일링을 한번 했다 하면 계속해서 해야 된다거나, 오히려 이가 약해졌다, 이가 시리다 등의 생각으로 스케일링을 기피하게 되면 풍치가 더욱 심해지게 되는 거죠."

잇몸질환이 심하고 치석이 많을수록 스케일링 뒤에 이가 시리거나 허전하고 이가 흔들거리는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그는 설명한다. 치석이 이와 뼈 사이에 박혀 있다가 스케일링으로 떨어져 나오니, 치아가 흔들리고 시리며, 치석이 차있던 자리는 벌어져 보이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치석 제거 후에 생기는 자연스런 결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 사라진다.

그는 '스케일링은 완전한 치유 목적이 아니라 잇몸질환이 더 이상 진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정기적인 스케일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스케일링을 통해 구강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스케일링은 치과에서 시행하는 풍치의 좋은 예방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질환이 다 그렇듯 조기치료가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예방임을, 그는 환자들에게 매번 친절하게 설명한다. 치아 건강은 한번 잃게 되면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끝, 치과 전문의로서 그의 바람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자신의 치과를 다녀간 사람들이 모두 교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저 없이 대답한다. 그가 마음 안에 늘 간직하고 있는 법문은 〈대종경〉 요훈품 40장이다. '오래 평범을 지키면서 꾸준한 공을 쌓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그.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소신과 가치기준을, 우리 교법에 맥을 대고 실천하는 '꾸준한 공을 쌓는' 전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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