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쾰른교당 교도와 선객들이 지난해 한국·원불교 방문한 체험기 〈원불교 100년의 초대〉 표지.
▲ 이명희 교무/독일 쾰른교당
물위를 한가롭게 떠다니는 오리의 쉬지 않는 발놀림처럼, 교화란 보이지 않는 부단한 몸부림과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남의 나라, 남의 문화 속에 들어가 적응하여 산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나라의 또 다른 지도자로서의 준비를 안팎으로 하여 현지인을 교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만 방심을 하면 바로 물속으로 빠져들어 갈 듯한 위기감이 수시로 찾아오고, 쉼 없는 자맥질에도 오히려 현장은 멈춰있는 것 같은 애타는 세월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세운 뜻이 있다면 '어떻게든지 백년성업에 보은하는 교당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멋쩍은 마음이 들고 어떻게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감히 교단 백년 성업에 보은 운운할 것인가 싶었다. 아무 대책이 없는 막막함 속에 시작한 교화, 그러나 꾸준하게 올린 기도는 지금 돌이켜보면 마치 천리마 등에 앉은 파리와 흡사했다. 어찌 다행 백년성업의 열기가 충만한 시절을 만나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됐는지 감회가 깊었다. 지난해 4월 독일 현지인 교도와 선객 8명 그리고 교무 2인이 한국에 건너가 거룩한 원불교 100주년기념대회에 동참하게 됐다. 그리고 다녀온 이야기를 한국·원불교 방문기로 엮게 됐다. 그 속에 담긴 간략한 이야기다.

지난해 5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념대회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와 자부심을 안겨줬다. 대회가 끝나고 이어진 한국·원불교 체험은 국내 교무와 교도들이 보여준 따듯하고 맑은 기운이 어린 인간적인 신뢰와 정을 키워갔던 여정이었다. 더욱 놀라운 반응은 '국제마음훈련원'이 종교를 초월해 일반인과 지역의 청소년들에게도 참여기회를 열었고, 원불교 마음훈련법의 가치를 정부가 인정하고 지원한 사업으로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한겨레중·고등학교 시설을 참관하면서 백만 명이 넘는 이주·난민의 차후 대책과 함께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난민청소년 교육의 난제를 안고 있는 독일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 학교의 수준은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특히 그러한 시설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원불교가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교단을 가늠하는 현실적인 잣대가 됐다. 나는 이들의 감동을 직접 접하면서 문득, '국운과 교운이 함께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들에게 한국은 아직 동양의 작은 나라로 처참한 전쟁을 겪었고 남북 간 분단의 고통을 안고 있는 나라이다. 외국의 군부대가 수십 년간 주둔 중인, 한마디로 안정이 안 된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확인한 따뜻함과 정갈함, 수도하는 풍토, 성지와 은덕문화원 등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문화는 장차 한국을 대변할 훌륭한 문화의 진원지로서 손색이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이 부족한 인력과 어려운 재정 속에서 근근이 형성된 것이지만 건전함과 이소성대로 쌓아가는 우리의 정성어린 문화가 결국 한국의 위상을 살리는 결실을 만들어 갔다고 본다. 정신적 지도국·도덕의 부모국 역시 이 진솔한 역사를 이어가는 데 이뤄지지 않겠는가.

우리는 2주간의 여정 속에 각자 일기를 기록하고 사진 찍는 등 일을 분담했다. 여행을 마친 뒤 편집과 번역을 하여 조촐한 책을 만들었다. 그때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진정으로 훌륭한 새 불교의 홍보대사로서 자신들이 알려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아울러 올해 6월 중순에 있을 원불교 쾰른교당·재단법인 일원원불교 선센터 10주년 기념법회에 함께 초대의 목소리를 합하고 있다. 이제 독일 베르기쉬 글라드바흐에서 새 불교 원불교의 문화를 사랑하며 공부하고 있는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들이, 원불교의 종주국인 한국에서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무, 교도들의 방문을 마음 열어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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