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행운, 마음공부로 다시 찾은 인생 역전 드라마

▲ 재기경영자들은 새벽 5시에 기상해 100배를 마치고, 죽도 바다에서 명상을 한 후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새 희망을 불어넣는다.

"세상을 지독히 원망했고, 사람에 대한 미움으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부도와 폐업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절대 알 수가 없어요."
오직 재기 하나만을 위해 죽도 힐링캠프를 찾은 '전직 CEO'들은 그렇게 절박한 심경으로, 인생 패자부활전에 목숨을 건다.

1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교육장에서 만난 재단법인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한상하 원장과 선배 경영인들은 후배들의 성공적 창업을 위한 멘토링에 한창이다.

절망의 바다가 희망의 바다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2011년 9월, 대한민국 최초로 중소기업청 공익재단법인 설립을 인가받았으며,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407번지에 위치한 폐교를 인수, 연수원을 건립했다.

설립자인 전원태 회장(현 MS CORP 대표)은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수차례 사업에 실패했으며, 자살과 방황 끝에 마지막 희망을 안고 죽도에 들어왔다"며 "거듭되는 좌절에 이대로 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뇌하다 다시 칼을 갈며 일어서게 됐다. 저처럼 실패한 기업인들이 눈에 밟혀 그들을 위한 쉼터로 연수원을 마련했다"고 세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임을 강조했다.

처음 죽도에 들어오기 전 연수생들은 좌초된 난파선과 같다. 온갖 근심과 실의에 찌든 얼굴에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어깨, 경직된 얼굴, 서로의 눈빛조차 마추치기 꺼려한다. 죽을려고 작정한 사람들. 어쩌면 정말 살고 싶어서 죽도를 찾았다고 말한다.

한상하 원장은 "캠프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자신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곳이다. 술·담배는 물론 통신까지 완전히 끊고 오직 자연과 대면한 채 상처받는 심신을 치유하는데 공들인다"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를 철저히 묻고 확인하며 마음공부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전부다"고 희망의 빛은 자신의 마음이 변화될 때 열리는 것임을 설명했다.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가는 곳

이곳에 들어온 이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말은 '허밀청원(虛密淸圓)'이다. '묵은 마음 비워서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가는 곳'이란 뜻이다.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고, 작지만 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힐링캠프의 핵심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나무 마디처럼 용기를 준다. 고난과 좌절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말이 캠프지 고독, 번뇌, 배고픔, 졸음, 원망 등 스스로 혹독한 사투를 벌인다. 이들은 입소하자마자 '1인 텐트생활'을 통해 철저히 홀로 서야한다. 새벽 5시, 연수원 뒷산에서 기상노래가 울리면 겨우 몸을 일으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100배 절을 한다. 사업 실패로 억눌렸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적대감, 분노, 슬픔 등을 없애기 위해서다.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며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한 후, 동이 트면 산책로를 40~50분 걷는다. 각자 명상에 집중하도록 30미터 이상 떨어져 걷는다. 물론 전 과정이 묵언이다. 아침식사를 마치면 청소와 주변 청소로 마음의 때를 씻어내고 잡념을 제거한다. 죽도에서는 모든 생활이 자급자족이라 직접 재배해서 먹어야 한다. 이어진 전문가 강의와 멘토링은 연수생들에게 그동안 무엇이 실패의 원인이었는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다시 마주할 현실의 벽을 냉정히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담보도 신용도 없이 그저 일어서려는 의욕만 가지고는 또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냉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미 사형선고를 받아본 이들이기에, 스타트라인에 다시 서는 연습을 하고 또 반복한다.

▲ 연수생들은 1인용 텐트에서 명상일기로 성찰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다시 산을 걷는다. 저녁식사는 아예 없다. 게다가 1주일에 하루는 금식이다. 하루에 산을 3번 꼬박 돌고나면 육체도 마음근육도 강해진다. 취침 전에는 하나의 과제가 더 주어진다. 명상일기, 감사일기를 기재하는 것이다. 입소 후 30여 권의 추천도서를 틈나는 대로 읽고 감상을 적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이렇게 수행일지까지 작성하고 나면 12시를 훌쩍 넘겨 잠에 든다. 낯설기만 했던 텐트생활은 자신만의 불빛을 밝히는 온전한 성찰의 시간으로 자리한다. 스님들도 이곳 캠프가 안거보다 심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의도된 불편 속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 잘것 다 자고, 먹을것 다 먹고 자신을 이겨낼 수 없다. 자신의 에고의 두께를 바라보고 이겨내야 한다.

한 원장은 "모든 것이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며 "극도의 트라우마를 겪게되면 자연히 질병이 찾아온다. 망가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절제와 극기다. 특정한 이론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명상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죽도는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많이 내리고 태풍이 거세면 예정됐던 강사가 들어오지 못한다. 그럴 때면 천배를 올리고 명상의 시간을 더 갖는다. 연수생들은 '감사발전소 소장'으로 임명돼 감사의 힘을 전파한다. 감사가 자신을 치유할 진정한 해법이기에 식사하면서도 걸으면서도 대화하면서도 명상하면서도 오로지 감사해 한다. 캠프의 대단원은 섭씨 550도의 뜨거운 숯불 위를 걷는 '신성한 의식'으로 마감한다. 희열의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뜨거운 눈물로 다시 용기 찾은 이들을 격려한다.

채흥태 대표(13기)는 3번의 사업실패 끝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시달려 생각들이 조절 안 될 정도였다. 그는 "교육초기 배고픔과 분노가 가장 참기 힘들었다. 명상을 통해 내 자신의 트라우마를 바라보니, 분노가 또 다른 분노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자신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재기의 희망임을 전했다.

철저한 자기 반성 없이는 재창업 어려워

실패 중소기업인들은 좌절과 고통뿐만 아니라 신용불량, 세금체납, 가족의 해체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충격과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 일반창업자에 비해 훨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재도전해야 한다. 이러한 재창업을 위해 각고의 정신무장은 물론 사업계획, 사업역량, 기업가 정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도움과 자신의 역량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서는 '돈과 의지면 된다'는 식의 마음자세를 넘어 재도전 성공사례 학습, 재도전 역량강화. 재도전 성공패키지, 재창업 자금지원 등의 단계를 통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실질적으로 극복한다. 곧 실패원인분석, 기업가정신, 경영관리능력, 업무관리능력을 철저히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일반 재창업자(7.2%)에 비해 힐링캠프 수료생들의 재창업률(53.7%)은 아주 높다. 또한 창업생존율에 있어서도 수료생들은 3년간 97.4%로 '실패를 경험해 본 재창업자가 훨씬 창업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힐링캠프 선배들이 사업에 쓴 맛을 본 후배 기업인들을 직접 돕기 위해 나선 십시일반 프로젝트인 '재도전 엔젤클럽'은 재창업 기회뿐만 아니라 추가 펀딩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경영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한 원장은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권도갑 교무의 말씀에 깊은 자각이 생겼고, 감사발전소장까지 됐다"며 "지난 5년간. 총 20기, 391명이 수료했다. 대단한 역사를 쓰고 있다. 향후 힐링캠프는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완성하는 동시에 재도전의 메카로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사업성공은 덤이고 인생재기가 우선이다"고 올바른 지원시스템 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제21기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 참가자 모집, 3월5일~31일, 2월17일 마감. 전액무료, 051)316-4050(www.jaegi.org)

▲ 한상하 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선배경영인들이 후배들을 위한 재창업 멘토링을 위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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