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명 기자
<소유의 종말>을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경쟁의 문명에서 공감의 문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는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공감(共感)'이며, 타인의 행동을 자신 스스로 행동하는 것처럼 느끼는 '공감 뉴런(거울신경세포, empathy neuron)'의 발견과 함께 '공감하는 인간(Homo empathicus)'의 탄생을 의미한다. 곧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섭을 넓히려는 '공감 본성'이 인류의 문명을 진화시켜 온 자양분이라는 것이다.

교단 구성원들간의 소통도 '나는 너와 다르다'는 권위적 분별에서, '나도 너와 같다'는 정서적 공감을 우선하는 교화자와 지도자에게 더욱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 공감의 부재는 소외와 관계 단절의 결과를 부추기며, 조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외와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교단은 원불교 2세기 첫 화두를 '교화다변화'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 근본적 처방에 힘쓰지 않고 또다시 '교화방법론'에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를 위해 우리는 2010년 원불교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한 '재가교도가 바라보는 교단의 현실과 미래'란 설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요자 중심의 교화'라야 교화의 생장점을 찾을 수 있다.

설문에서는 교도들이 교당에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마음의 평안(80.7%)'으로 꼽았다. 자신의 인격향상과 가정의 평화가 그 뒤를 잇는다. 원불교 교도들은 기복이나 친교적 목적보다는 내면적 확충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교당생활을 중단하는 요인으로 집안문제 등 개인적 어려움(38.5%)과 경제적 고통(20.5%)을 토로했다. 그만큼 어려운 환경에 처한 교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절실하다. 아울러 교리에 대한 신심이 떨어지거나, 인간관계의 갈등, 교무님에 대한 실망 등도 적지 않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교화자의 적극적인 자아성찰과 공감역량이 발현돼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교무의 다양한 덕성에 있어 도덕성, 책임감, 헌신성, 공부심에는 큰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순교와 문답 등 '교도의 세정을 돌보지 않는다'와 같은 정성스러움의 미흡과 깨달음·장기적 안목의 부족과 같은 수행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평가는 신속히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이러한 설문결과를 보다 심도 있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 교화다변화의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 가슴 아픈 교도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교도들의 가정을 살려내는 것이 교화다변화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교화자의 공감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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