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하상의 교무는 가부장제와 그 관행들의 어두운 업장을 벗고 새로운 후천개벽 시대를 열기 위해 다시 소태산의 교법정신이 살아나야 한다고 기조강연했다.

원불교사상연구원 학술대회, 여성교역자 역할 재조명
소태산 ‘남녀권리동일’ 사상 현시대에 어떻게 실현할까


1세기 전, 소태산 대종사가 주창했던 '남녀권리동일'이 개벽시대를 여는 빗장으로 재조명됐다.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원장 김도종)이 3일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개벽의 시대를 연 원불교 여성 10대 제자' 학술대회에서 이를 조명한 것이다. 불합리한 차별제도를 혁신해 신분, 성별,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한 전반세계를 이루고자 한 소태산, 그 시대적 전망이 여성 10대 제자의 생애를 통해 펼쳐졌다.

원불교사상연구원 박윤철 부원장은 "교단 초기부터 여성제자들은 개벽의 주체로서 역할이 지대했다. 그러나 생애와 활동에 대한 연구가 미비해 오늘날 그 원형을 살려내지 못했다. 이번 발표가 교단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여성 차별의식을 성찰하고 개선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학술대회는 입교 제일 일타원 박사시화, 영남에서 만주, 목단강까지 거침없는 개척교화를 일군 이타원 장적조, 새 회상 불연을 모은 삼타원 최도화 등 3대 여걸의 생애가 앞서 발표됐다. 이어 소태산의 여성 첫 제자 사타원 이원화, 불법연구회 여성 유일 창립발기인 오타원 이청춘, 일원회상의 어머니 육타원 이동진화, 회상 창립 권유한 여장부 칠타원 정세월, 혁신 교단의 재가활동가 팔타원 황정신행, 대종사의 법낭 구타원 이공주, 회상창립의 권장부 1호 십타원 양하운(대종사 대사모)의 생애와 활동이 조명됐다. 발표는 순서대로 김종은·이성심·박성은·이태은(재가)·장지해·방길튼·이경진·민성효·정인화·정현오 교무가 맡았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정화제복사 신기원 교무는 "학식이 많고 적고를 떠나 전 재산과 생애를 바쳐 무아봉공으로 살다간 선진의 삶은 매우 감동적이다"며 "오늘날 우리에게 '행복한 전무출신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고 평했다.

이타원 장적조 선진의 생애를 발표한 이성심 교무는 "장적조 선진은 불법연구회의 영남교화 초석을 마련했고, 원기21년(1936) 북한과 만주로 진출해 원기30년 5월까지 218명의 북방교도를 확보하는 놀라운 교화력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당시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북방교화의 공식문서가 일체 기록되지 않았고, 전무출신으로서도 공식 교직을 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른 발표자들도 여성 제자들이 과부, 소실, 기생 등 질곡의 삶을 넘어 개벽 시대의 주체자로, 숨은 공훈자로 살다간 생애를 조망했다. 특히 소태산을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접근한 사타원 선진의 발표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기조 발표한 미주선학대학원 하상의 교무는 "원불교는 근본 교리에 남녀평등사상을 철저하게 제시했다. 그럼에도 그 가치와 본질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젠더의식의 부족에 있다"고 문제를 짚으며 "가부장제와 그 관행들의 어두운 업장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후천개벽 시대를 열기 위해, 다시 소태산의 교법정신으로 깨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관련기사 2면

이날 종합논평은 사)가배울 김정희 대표(강남교당)가 맡았고, 대회장을 장식한 여성 10대 제자 선화는 범해 김범수 화백(장성교당)이 작품을 기증했다. 이날 자리를 빛내기 위해 이타원·삼타원·십타원 가족, 오예원 봉공회장, 홍일심 여성회장, 김대신 청운회장, 신충선 정토회관 부회장이 참석했고, 축사는 김인경 수위단 중앙단원, 한은숙 교정원장이 전했다.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주최하고 원불교여성회·정화단·정토회·봉공회 등이 주관한 여성 10대 제자 학술대회는 지난해 구인제자 발표에 이어 교단 2세기 방향을 담아낸 중요한 사료다.

본지는 여성10대 제자 발표문을 매월 1편씩 연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