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대 제자 학술대회 총평
사)가배울 김정희 대표

3일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주최한 '개벽의 시대를 연 원불교 여성 10대 제자' 학술대회에서 종합논평자로 나선 사단법인 가배울 김정희 대표(법명 연명·강남교당). 그는 교단 초기 여성 10대 제자를 일러 '재산과 생애를 공중에 바치고 전방위 무아봉공을 실천한 선진들'이라고 총평했다. 또한 "여성 10대 제자를 조명해 낸 글들이 너무 재밌고 드라마틱해서 보다 많은 교도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여성학을 전공하고 미주선학대학원 하상의 교무와의 인연으로 원기91년 스스로 강남교당을 찾아 입교한 김 대표는 "여성 10대 제자에 대한 연구가 학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원불교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전망해야 한다. 그것이 교화를 위한 길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에 읽는 여성 10대 제자의 생애와 자력양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10대 여성 제자들의 생애는 원불교가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초이다"며 "전 재산을 내놓고 무아봉공한 과부, 보부상, 기녀, 소실에 이르는 다양한 여성 선진들이 경제적으로나 활동적으로 초기 교단을 반 이상 일궜다"고 짚었다. 또한 그는 "능력 있는 여성 제자들이 대종사 주위에 모이게 된 것은 때가 무르익은 음계가 작용한 인연이며, 현실적으로는 성차별을 금하는 대종사의 '자력양성' 법문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그 일화로 이타원 장적조 선진의 세상에는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석두거사(대종사)의 법문을 듣고 영남·북방교화를 펼친 활동력과 구타원 이공주 선진의 문학박사보다는 도덕박사가 되어 세계 인류를 제도하라는 대종사의 법문을 듣고 교조의 법낭(法囊)이 된 사례를 들었다.

그는 "대종사는 '약자가 강자 되는 법문'을 원기13년 이공주 집에서 여성 제자들을 대상으로 첫 법설했다"며 "여성 제자들은 이 법문이 식민사회를 벗어나는 길이며, 여성이 남성과 같은 동권을 갖는 사회로 진화하는 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고 밝혔다. 대종사가 여성 10대 제자들을 발심케 했던 가장 큰 동력은 '약자가 강자 되는 법문'과 '자력양성'의 법어로써, 그 위력으로 거침없는 무아봉공의 활약상을 나타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늘날 교단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매우 비판적이었다. 대종사가 여성 제자들을 가슴 뛰게 했던 약자가 강자 되는 법문과 자력양성은 여전히 신선하나, 교단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매우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성차별 현실에서 여성의 '자력양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원불교가 아니라 '여성운동계'라고 단언했다. 육아로 직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다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생협'이 바로 여성운동계가 이룬 결과다. 그는 "민중의 인심이 쏠리고 세상의 인증을 받는 교단 사업을 자력양성과 함께 연결해 고민해야 한다"며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는 "교법에 맞지 않는 구태한 성차별 관습을 교단은 왜 시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교단사와 교리에 맞지 않는 정녀제도 등은 내부의 강단 있는 성찰과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부장제 질서가 교단 내로 수용되면 종교는 속세보다 더 성차별적인 제도로 굳어진다"며 정녀제도 폐지와 여자교무 복식의 현대화를 촉구했다. 더불어 성소수자 교무에 대한 수용도 미래교화의 해법으로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교단 민주주의의 정착을 주장했다. 그는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대중의 의견보다는 종법사와 원로교무들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간혹 중요사안이 전문성에 바탕하지 못하고 어른들의 정서에 의해 좌우되는 결정도 자주 발생한다"는 하상의 교무의 기조발표문에 근거해, 비민주적인 교단 운영으로는 교화와 교세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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