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조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 당대, 창립기의 간고함을 감내하며 지극한 신심과 공심으로 원불교 교화 발전의 기초를 다졌던 선진들이 한없이 그리운 요즘이다. 교단이 원기 100년대를 넘기면서 교화발전의 지체를 돌파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소태산 대종사의 최초 9인제자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한데 이어 여성제자들의 생애와 활약상을 재조명하는 학술모임이 열렸다.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개벽의 시대를 연 원불교 여성 10대 제자'란 주제로 3일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소태산 대종사의 최초제자인 9인제자는 모두 남성들로 구성됐다. 9인제자가 모두 남성들로 이루어진 만큼, 여성 9인제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 9인제자는 정산종사가 수여한 법호가 말을 해준다. 바로 일타원 박사시화, 이타원 장적조, 삼타원 최도화, 사타원 이원화, 오타원 이청춘, 육타원 이동진화, 칠타원 정세월, 팔타원 황정신행, 구타원 이공주 등이다. 이날 연구 모임에서는 대종사의 부인인 십타원 양하운 대사모를 포함한 10인의 생애와 활동을 돌아봤다.

십타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종사의 여성 9인제자는 모두 기혼자들로 구성됐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었다. 남편과 사별한 사람도 있고 두 번 결혼한 사람도 있고, 소실도 있고, 기녀도 있었다. 종교의 문에는 특히 신분에 귀천이 없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박사시화, 장적조, 최도화 등 3인은 배운것도 가진것도 없는 노쇠한 사람들이지만 전문 순교로 교화 활동을 펼쳐 수백명을 대종사 법하로 인도한 초기교단 최다 연원자로 삼대여걸로 칭송을 받았다. 황정신행, 이공주는 서울에 근거를 두고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어서 초기교단의 경제적 보필에 중추적 역할을 해서 황정신행은 재가교도로 대호법의 원훈이 되고, 이공주는 출가교도로 대봉도의 원훈이 됐다. 이원화는 대종사 구도 당시에 조력자 역할을 했고, 이청춘은 기녀 출신이지만 상당한 재산을 중앙총부 건설에 희사했으며, 이동진화는 서울교화에 크게 기여했고, 정세월은 부군인 추산 서중안이 중앙총부 건설의 기초를 다지는데 공을 함께 했다. 양하운은 대종사의 부인으로서 자력생활의 모범을 보였다.

초기교단 여성 선진들의 면면을 보면서, 오늘날 여성 전무출신의 경우, 정녀제도를 더 이상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남녀간 결혼여부를 자신의 선택에 맡긴다는 대종사의 정신과 남녀권리동일의 교리정신에 맞도록 여성 교무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정녀지원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단 2세기가 되었으니 복장과 머리 모양도 다양성을 허용해서 현대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면 여성 전무출신 지원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교화가 쉽지 않고 새로운 교도와 전무출신 인재를 만나기 어려운 오늘날 교단이 원기 102년을 맞아 안목을 넓게 가지고 제도의 문호를 활짝 열어 형식 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충실히 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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