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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갤러리 13 - 공주 풀꽃문학관
작은갤러리 13 - 공주 풀꽃문학관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7.02.10
  • 호수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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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만나고 시를 만나고 그리움을 만나는 곳
▲ 충남 공주시 봉황산 기슭에 자리한 풀꽃문학관은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다. 2014년 개관한 문학관은 방 네 개에 거실과 부엌, 다락 등 근대 목조 건축물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 풀꽃 시인으로 알려진 나태주 시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5년간 시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광화문 글판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었다. 예쁘다는 것은 자세히 바라보는 것이고, 사랑스럽다는 것은 오래 보아야 하는 것. 그렇게 자연을, 사람을, 사물을 자세히 오래 바라봐 왔을 나태주(71) 시인. 그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공주풀꽃문학관이다.

풀꽃 문학관 그리고 〈풀꽃 문학〉

충남 공주시 봉황산 기슭에 자리한 풀꽃문학관은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다. 공주시가 목조주택을 매입해 2014년 문학관으로 개관했다.

방 네 개에 거실과 부엌, 다락 등 근대 목조 건축물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작은 규모, 들어서며 마주보이는 방이 두 칸을 털어 강의실로 사용하는 방이다. 나태주 시인이 아끼던 소장품과 그의 저서, 상패들을 볼 수 있다. 문학관의 대표공간이라 할 수 있는 강의실에는 그가 만든 시화작품과 공주지역 문인들의 저서, 화가들의 그림도 전시돼 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이후 공주문화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문학관 자료 보존을 위해 〈풀꽃문학〉을 발간하고 있다. 〈풀꽃문학〉은 크게 풀꽃문학관, 풀꽃시, 풀꽃문학상, 풀꽃문학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책을 펴면 가장 먼저 풀꽃 문학관에 대한 수필가, 언론인, 교수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최명환 공주교육대 명예교수는 풀꽃문학관은 '헌집'문학관이자 식물문학관, 아이들 문학관 및 교육문학관이라고 정의한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문학관 안쪽, 거실로 꾸며진 방은 나 시인과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방이다. 그는 이 곳에서 따스한 차를 우려냈다. 차 향 전해지는 훈훈한 공간에서, 그는 '풀꽃'을 이야기했다.

"자세히 봐야 하는데, 자세히 보지 않습니다. 오래 보아야 하는데, 오래 보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서로 바라봐줘야 해요. 상대도 나도 말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자세히 보지 않고, 오래보지 않고 살아왔어요. 남들보다 높게, 남들보다 빠르게 가기를 바라는 환경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살고 있지요." 그는 지금은 '위로'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풀꽃'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음은 '시대적인 요구'가 아니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작은 것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더 넓게, 더 빠르게'에서 '조금 느리게, 조금 자세하게' 가자는 거죠." 그는 연장선에서 '가난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가난한 마음을 회복해야 하지요. 가난한 마음이란 빈한한 마음이 절대로 아닙니다. 작은 것, 낡은 것, 오래된 것, 약한 것, 옛날 것, 값비싸지 않은 것, 흔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는 '우리는 억지로라도 행복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행복하지 않다고 자꾸 말하는 건 인생에 대한 결례입니다. 인생은 아름답고 귀하고 행복한 것이지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전했다.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내게 머물렀던 것들에 대한 만족이다.'
▲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거실에는 나태주 시인이 만든 시화작품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 문학관 강의실에 비치된 공주지역 문인들의 저서.
마음 밭에 꽃 한 송이 피우는 일

일흔을 넘긴 지금까지 평생 시를 써온 나태주 시인에게 시(詩)란 무엇일까. 나 시인은 자기고백을 이어갔다. "독자를 위해서 시를 쓰는 게 아닙니다. 내가 위로받기 위해서 시를 씁니다. 시를 안 쓰면 죽을 것 같으니, 내가 필요해서, 내가 살기 위해서 시를 쓰지요. 좋은 시, 유명한 시를 써서 시인이 아니라 시를 안 쓰면 안 되는 사람이 시인이에요."

그리고 그는 시는 '쉽게 써야' 함을 이야기했다. 위로가 필요한 오늘날의 독자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줄 시는 쉬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전하는 그의 말에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단호함이 느껴졌다. 헤밍웨이가 '나는 글을 쉽게 쓰기 위해서 얼마나 어렵게 글을 쓰는지 모른다'고 말했듯이, 그는 시를 쉽게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시인이다. "괴테의 말처럼, 한편의 시는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젊은이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되지요. 시는 노래이고, 철학이고, 인생 그 자체입니다. 그런 시가 좋은 시예요."

이야기 끝, 그가 자신의 시 한편을 낭송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시' 전문)
'시란 마음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쓸어내는 것이고, 또한 나의 마음 밭에 꽃 한 송이 피우는 일이다'고 말하는 시인.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고, 소망이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귀하다'고전하는 시인. 풀꽃 시인, 그가 머물고 있는 공주풀꽃문학관은 사람과 세상을 자세히 오래 바라보게 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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