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불타의 깨달음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은 중국에 선불교의 전통을 세우게 된다. 초조 달마와 육조 혜능은 그 흐름의 상류에 해당한다. 이후 선불교는 오가칠종(五家七宗)의 지류를 형성하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승불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원불교를 당시 선종의 조사들이 보면 현대의 선불교라고 하지 않을까.

일찍이 선문(禪門)이 독립교단의 시민권을 확보하게 된 계기는 백장청규에서 비롯되었다. 그 유명한 "하루를 일하지 않으면 하루를 먹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한 백장선사가 지은 청규는 원본이 전해지 않지만 후대의 선승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청규는 불타의 깨달음을 전승하기 위해 조직된 수행단체의 내적 규율이다.

그 내용 몇 가지를 들자면, 불전을 짓지 않고 법당만을 세운다는 것과 불조로부터 불법을 위촉받은 장로가 조석으로 법상에서 상당법설을 하며 법의문답을 받는다는 점이다. 법의 철저한 깨달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수행집단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집단에 속한 대중은 상하 누구든지 평등하게 작업이나 생산을 위한 노동에 참여한다. 이를 함께 일한다는 의미의 보청법(普請法)이라고 한다. 선원에 수행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업무를 분장하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선원을 총괄하는 일에서부터 단순한 일에 이르기까지 직분을 세분화하고 있다. 또한 규칙을 어기면 벌을 가하는 조항도 세운다.

불법연구회는 이러한 청규의 전통을 계승하는 현대적인 결사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청규가 〈불법연구회규약〉이다. 여기에는 '낮에는 토지를 개척하여 생활의 근원을 삼고, 밤이 되면 불법의 철리를 연구하여 지식의 근원을 삼아 안락한 생활이 됨으로써 부처님의 복족의 근원과 혜족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설립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총재는 불법에 정통하고, 회장은 불법에 독실한 자를 선정한다고 한다.
사무를 관장할 임원과 그 역할이 상세히 제시되어 있다. 회관 내 각 방의 명칭은 조실, 설법전, 대방(大房, 대중방)에서부터 치병실, 열반실에 이르기까지 망라되어 있다. 규약에는 입선과 파선(罷禪, 선을 끝내는 것)일자를 2회에 걸쳐 당년 5월6일 결제와 8월6일 해제, 11월6일 결제와 다음 해 2월6일 해제로 되어 있다.

동하 6개월에 걸쳐 선 수행을 하는 것이다. 설법전에서의 설법 예식은 종래의 청규에 준하고 있다. 선농일치의 수행으로 뭉쳐진 경제 공동체이자 산업종교의 면모는 청규의 보청법이 현대적으로 진화한 것을 보여준다.

막대한 재정에 의한 사원건축과 조불조탑은 물론 불교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요청을 내적으로 확립한 것이 중국 선불교의 청규이다.

불교의 안일한 행태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조선불교혁신론〉과 〈불법연구회규약〉, 그리고 구성원들의 공부와 지도 방식을 구체화한 〈통치조단규약〉은 모두 이 청규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제 제도적인 종교로 성장한 원불교는 동지, 동행, 심연(心緣)의 관계를 더욱 사회적으로 확산하여 '불법으로 완전무결한 회상을 이루겠다'는 대종사의 포부가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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