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설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그래서 나도 설을 보내기 위해 인천에 있는 큰집을 찾았다. 할머니가 생존에 있을 때는 큰집에서 차례를 지냈는데 할머니의 "내가 가거들랑 꼭 원불교식으로 바꿔서 교당에서 지내라"는 당부가 있어 열반한 후로는 원불교 가례법에 맞춰 교당에서 지내고 있다.

큰집에서 차례를 지냈을 때 큰어머니는 차례음식을 손수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큰어머니가 만들어주는 만둣국, 갈비찜, 동그랑땡, 황태조림, 잡채 등 모든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지금은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지만 그래도 명절을 맞이해 큰어머니는 어김없이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 중 나는 갈비찜을 제일 좋아하고 잘 먹는다. 어려서부터 큰어머니 갈비찜은 정말 일품이었다. 늘 기회가 되면 언제든 갈비찜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큰어머니가 갈비찜을 만들 때 옆에 서서 "저 큰어머니표 갈비찜 만드는 비법을 알고 싶어요. 좀 알려주면 안 될까요"라고 여쭤보았다. 비법을 배워서 먹고 싶을 때마다 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어떻게 하면 저렇게 맛있는 갈비찜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해결된다는 생각에 내심 설레기까지 했다.

큰어머니는 갈비찜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다며 그 비법을 알려주었다. 그 비법은 다름 아닌 마트에서 파는 갈비양념장을 사서 갈비와 함께 버무리는 것이다. 오랜 시간 최고의 맛이라고 믿고 먹었던 큰어머니표 갈비찜이 마트에서 파는 보편적인 양념장이라는 그 말을 듣고 '내가 그 양념장 맛에 속고 살았던 것인가'하는 혼동까지 왔다.

그러나 나에게는 분명 큰어머니 갈비찜이 어느 것보다 탁월하게 맛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한 맛에는 양념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큰어머니의 정성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가족들을 위해 손수 공들여 만들어주는 음식에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던 것이었다.

한 제자가 소태산 대종사에게 "어떠한 주문을 외고 무슨 방법으로 하여야 심령이 열리어 도를 속히 통할 수 있습니까"하고 묻자, "큰 공부는 주문 여하에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사람의 정성 여하에 있나니, 그러므로 옛날에 무식한 짚신 장수 한 사람이 수도에 발심하여 한 도인에게 도를 물었더니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 하는지라, 무식한 정신에 '짚신 세 벌'이라 하는 줄로 알아 듣고 여러 해 동안 '짚신 세 벌'을 외고 생각하였는데 하루는 문득 정신이 열리어 마음이 곧 부처인 줄을 깨달았다 하며, 또 어떤 수도인은 고기를 사는데 '정한 데로 떼어 달라' 하니, 그 고기 장수가 칼을 고기에 꽂아 놓고 '어디가 정하고 어디가 추하냐'는 물음에 도를 깨쳤다 하니, 이는 도를 얻는 것이 어느 곳 어느 때 어느 주문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이는 말이라, 그러나 우리는 이미 정한 바 주문이 있으니 그로써 정성을 들임이 공이 더욱 크다"고 말씀했다.

특별한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정성이 공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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