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두 번째 나무 이야기는 어떤 나무로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모든 분들에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클 테니까 봄의 전령이 될 만한 나무를 다루기로 합니다. 그런 나무의 대명사가 바로 매화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매실나무라고도 불리는데 꽃과 열매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한 가지 나무입니다.

지금은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작년 경험을 미루어 보면 2월 초에 일본에 간 제 친구가 매화꽃 소식을 처음 전했고, 여러분이 지금 이 신문을 읽을 때쯤 통영에서 매화꽃을 SNS 방에 올리기도 했으니 남쪽에서는 이미 봄소식을 알리기 시작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울 등 북쪽에 사시는 분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시겠지만.

매화꽃은 벚꽃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그윽한 기품이 있고 좀 더 오랫동안 꽃을 피워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옛 양반 댁의 정원이나 깊은 산사에서 오래된 매화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본 가장 오래 된 멋진 매화나무는 강릉 오죽헌에서 만난 600살이 넘은 율곡매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작년 5월말 들렀을 때도 여전히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힘찬 나무였습니다.

매화꽃은 보통 흰색 바탕에 약간의 분홍색을 머금은 것이 보통인데 온통 짙은 분홍색을 띈 홍매화도 있습니다. 저는 이른 봄에 총부를 방문할 때마다 영모전 맞은 편에 서 있는 홍매화를 사진에 담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 나무는 키도 크고 꽃도 많이 피워 총부 순례객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3월초 총부에 핀 매화꽃입니다.

지난해 중앙총부 영모전 맞은편에 핀 홍매화.

요즘은 조금 규모가 큰 공원을 조성할 때 매화나무를 반드시 심는 것 같습니다. 남산공원에서도 분당 중앙공원에서도 세종시 호수공원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름을 붙여 놓지 않은 매화나무를 식별하실 수 있으신지요? 꽃이 피어 있으면 가장 이른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그나마 식별의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비록 바로 다음에 꽃을 피우는 살구나무와 꽃 모양도 색깔도 너무 비슷해서 어렵기는 하지만요. 또 조금 뒤에 꽃을 내놓는 자두나무도 흰색이 더 강하지만 비슷한 꽃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요염한 주홍색을 띤 복숭아꽃이 오히려 구분하기 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들 네 나무는 나무의 크기도 비슷하고 꽃모양도 비슷해서 참으로 구분하기 힘듭니다. 모두다 장미과라는 한 식구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요.

더구나 꽃이 지고 잎만 남을 때 네 나무는 키도 고만고만하고 열매 모양도 비슷해서 구별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물론 과수원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들을 구분하기 위해 제가 만든 용어가 "살매복자"입니다. 살구와 매화, 그리고 복숭아와 자두란 말이죠. 매화와 살구나무의 잎은 비교적 동그란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반면에, 복숭아와 자두는 잎이 조금 긴 모양을 하고 있지요. 물론 복숭아 잎이 가장 긴 편이지만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들 나무들이 꽃이나 열매보다는 잎을 달고 있는 기간이 기니까 잎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열매에 대한 이미지는 오히려 복숭아와 살구가 그리고 자두와 매실이 더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뒤의 두 과일껍질이 매끈매끈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봄에는 장미과 네 가지 나무를 구분하는 것을 숙제로 삼아 보시면 어떨런지요?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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