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장오성 교무/송도교당
세상에는 이래야만 하거나 이래선 안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오랜 세월 굳어져 마치 진리인 것처럼 위력을 발휘하는 생각들을 고정관념, 이데올로기라 한다. 남자는, 여자는 원래 이런 것이고 ~다워야 한다는 관념이 여타의 수없는 고정관념들을 파생시킨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온갖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서 그것 때문에 고초를 겪는다. 모두가 고정관념의 생산자이고 가해자며 동시에 희생자다.

몸에 대한 고정관념은 치명적인 경우가 많았고 여전히 유효하다. 여성의 몸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작동하는 총집합체이다. 여성은 존재 자체나 능력보다 몸의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 지금도 낯설지 않다. 특히 순결하지 않은, 오염된 여성으로 인식되면 평생을 낙인 속에 고통받으며 살게 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로 들리지만 정절을 잃은 여성은 은장도를 꺼내 자결하는 것이 불문율이었고, 열녀문을 세워 가문의 영광으로 삼을 만큼 여성의 몸은 곧 목숨과 동급이었다. 어떤 남성도 순결을 잃었다고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듣지 못했다.

몸 자체는 더럽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오염되거나 더 고결한 몸은 없다. 독신수도를 한다고 몸 자체가 더 성스럽거나 고결하지 않다. 모든 몸은 평등하다. 그 무엇도 삶의, 혹은 수행의 방편으로, 편의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그 삶의 내용이 더 존중될 수는 있어도 몸의 고결함은 달라지지 않는다. 세속에 있거나 몇 차례의 결혼을 하거나 간에 몸에는 아무런 가치의 변화가 없다. 몸은 단지 복을 짓고 보은을 하고 진리를 깨치고 수행하는 방편일 뿐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체들의 존재의 비롯은 고결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바로 그 오염됨에서 온다. 일체는 공(空)하다. 재료가 공하고 청정하므로 공의 산물인 몸이 오염과 고결함으로 나뉠 수 없다. 일체가 법신으로서의 나다. 청정법신이다. 모두가 법신으로서 한 몸인데 그 어디가 더 청정하고 어디가 더 오염될 수 있는가. 오염되거나 성스러운 몸의 세포는 따로 없다.

고결하고 아니고는 몸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마음을 청정하게 갖춰 기도하면 모든 기도의 위력은 동등하다. 기도란 마음으로, 정성으로 하는 것이다. 원을 세우고 텅 비워서 일심으로 일원에, 법신에, 천지영기에 마음을 합하는 것이다. 기도의 위력은 그 마음 따라 나온다. 몸을 삼가는 것은 마음을 삼가는 것이다. 일원과 하나되어 위력을 얻는 그 오롯한 마음이 귀하고 귀한 고결함이다. 독신 수행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는 세상 속에서 집집마다 부처가 살며 신앙하고 기도하는 법당으로 화하는 것이다. 곳곳이 성소이며 일체만물이 성스럽다. 실상은 일어나는 마음의 그 어떤 것도 다 본성의 작용이다.

마음공부란 모든 고정관념이 허구임을 아는 것이다. 진리인 것처럼 믿고 있는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발견해야 참된 신앙과 수행이 가능하다. 고정관념이 강하면 견성을 방해한다. 견성하면 고정관념이 저절로 허물어진다. 일체가 하나임을 아는 까닭이다. 어떤 면이든 누군가의 무엇이 거슬린다면 바로 자신의 오염된 생각, 허구, 즉 고정관념이 꿈틀거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딱 맞다. 바로 이 글이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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