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감성 적셔준 음악영화
'라라랜드', '말할 수 없는 비밀'

영화와 음악이 주는 즐거움
동시에 누리는 길


얼마 전 '라라랜드'라는 음악영화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그 여운이 많이 남아있다. 음악영화는 무조건 다보는 음악영화 광팬인 나에게도 이 영화는 팍팍한 삶에 작은 선물이 되어주었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관객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 영화 쪽에 속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입소문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례적으로 많은 관객을 모았다.
그 뿐 아니라 2주 앞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4개 부문에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면서 타이타닉과 동률을 기록하여 다시 한 번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영화가 이렇게 화제가 된 데는 당연하겠지만 그 어떤 요소보다 음악의 힘이 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영화 속 장면과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음악들이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선율의 재즈를 현대적으로 잘 만들어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재즈 외에도 뮤지컬, 팝 등 다양한 요소가 영화의 장면 장면에 부드럽게 녹아들어 신선함과 다채로운 즐거움을 준다.

이렇게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많은 시일이 흘러도 그 음악은 기억되며, 또 그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이 꾸준히 사랑을 받거나 다양한 악기로 편곡돼 연주되는 등 여러 형식으로 다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끼는 또 다른 음악 영화 중 하나는 2007년에 개봉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대만의 인기스타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로 장르는 환타지멜로쯤 될 것 같다. 과거와 현재의 넘나드는 탄탄한 스토리도 이 영화의 장점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배경음악들은 모든 관객들이 좋아하기에 충분하다.

예술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인 만큼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음악이 장르별로 다양하게 나오는데, 특히 영화 초반에 나오는 피아노 배틀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전학 온 주인공이 원래 이 학교의 피아노 고수와 피아노 대결을 펼치는 장면으로 쇼팽의 연습곡 '흑건'과 '왈츠'가 더욱 화려하게 편곡돼 연주되어지며 그 외에도 화려한 기교의 곡들이 펼쳐져 들을 거리와 함께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영화에 삽입된 곡들은 클래식 음악에 중화권 특유의 감성을 입힌 곡들이어서 좀 더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달 대만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나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작은 항구도시 단수이였다. 도착하자마자 주요 촬영지인 진리대학교와 담강중학교를 찾아갔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10번도 넘게 본 나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잠시나마 영화 속 공간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며 그 공간 속 음악을 들었는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마냥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나의 감성을 적셔준 두 편의 음악영화, 미국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며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가진 '라라랜드'와 대만의 작은 항구도시 단수이의 교정을 배경으로 시간을 뛰어 넘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소개했고 한 번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이 영화들로 음악영화에 입문하여 음악영화광이 된다면 영화가 주는 즐거움에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영화감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이 글을 적으며 최대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글을 읽는 분들이 위에서 소개한 두 편의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길 바라는 나의 소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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