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 9년차, 부끄럽게도 명함을 내밀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 어디에서 근무했는가 보다는 기자로서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가 없다. 언론 전공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기자생활 오래하고 있네?'라고 별 의미 없이 질문을 던진다. 간혹 '이제 교화 나가야지?'라고 물어오는 이들도 있다. 9년차, 그러고 보니 다시 인생의 매듭을 고민해야 하는 햇수가 또 돌아왔다.

혼자서 상념에 빠져 있다가 내 안의 고백을 통해 교단의 인사시스템을 돌아본다. 전 출가교역자가 3년마다 한 번씩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교단 인사시스템을 우리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무출신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부서는 있으나 인사 기준과 평가지표는 없다. 그 사람의 능력에 맞게 인사배치 할 평가지표가 없으니 '교단의 공의에 따름'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교화현장이 언제나 개척이다. 이 난제를 풀어낼 기구는 없는 것일까.

최근 정책연구소나 교화연구소의 행보를 보며 이들의 연구 성과물은 과연 교화 현장이나 교정원 정책에 반영이 되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든 적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축척해 온 연구 성과물이 현장과 얼마나 소통되고 활용되고 있는가.

인사가 만사라 말하면서 그에 대한 연구가 수없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변화의 시기를 놓치는 데에도 교정원 임기 3년이라는 인사순환의 병폐와 맞물려 있다. 이 와중에 전무출신 지원자 감소로 각종 '교화자 양성 제도'가 생성되고 있으니, 이래저래 정체성이 모호해진 실정이다. 원무, 기간제전무출신, 정무 제도는 차치하고라도 같은 전무출신으로 출가해 품과에 따라 교화직, 전문직, 봉공직으로 구분 짓는 교무·도무·덕무에 대한 구별은 과연 현 시대에 맞는 제도일까.

어쩌면 우리는 명칭에 사로잡혀 자신의 신분과 삶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는가. 현장은 교화직, 전문직, 봉공직의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다. 도무, 덕무도 다 같은 교무로서 호칭을 바꿔 인재양성의 울을 넓히는 게 어떨까. 우리는 모두 공도에 헌신하고자 출가했고, 한 마음 밝혀 부처를 이루고자 서원한 출가자들이다. 예비교무 시절부터 자신의 진로와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데 인재양성의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

'어디서든 살아낼' 전무출신이 아니라 '어디서든 잘해낼' 전무출신. 8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부끄러움만 쌓인 나를 거울삼아 10년, 20년 후에는 이러한 인사 악순환이 개선되기를 소망한다.

눈밭을 걷는 발자국이 어지럽지 않아야 뒤따르는 사람의 마음도 어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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