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출가 구분없이 지자본위 살아나는 교단

마음공부로 자력 세운 소태산 공동체 염원


출가하여 부교무 시절은 교법대로 실천하지 않는 것 같은 교화현장의 모습에 답답했다. 원불교의 희망이 과연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으로 머리가 무거울 때 한 원로교무를 뵙고 문답을 했다. 찬찬히 그리고 진중하게 나의 하소연을 들으며 딱 두 마디 말씀을 했다. "얼마나 고민했더냐?" 그리고 "너는 어디 사람이냐?" 하는 물음이었다.

순간 나는 알게 됐다. 교단과 세상의 중심에 내가 빠져있었다. 문제의 인식과 해결, 의무와 책임은 늘 함께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내 자신을 교단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나니, 오히려 잠을 이룰 수 없는 시간이 더 많았다. 원불교가 해야 하는 시대적 역할과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면서 방법들을 찾아보고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동창교무들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공부모임도 갖고 각자가 교단에서 해야 할 비전과 공부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공부모임을 통해 나 자신은 더욱 부끄러운 현실을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불안과 불평은 소태산 대종사가 어떤 성인인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오류였다. 나는 다시, 소태산의 초기교단정신에 물음을 던져 공동체를 살려보자고 다짐했다.

소태산 공동체는 무엇 하는 곳인가? 소태산 공동체의 출발은 방편교화였다. 운영의 물질적 근거의 부족과 허위와 미신에 현혹되어 있는 민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전환의 교화였다. 그래서 출발은 눈높이에 맞는 교화법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소태산 대종사는 불법연구회를 창건하면서 방편교화에서(원기1년~2년) 저축조합 운동으로 전환하게 된다. 방언공사의 의미는 정신운동(종교운동)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경제운동으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은 무산자 중심의 경제 자립운동이며 자력공동체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공부와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사실적 복락을 구하는 방법으로 의식전환운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소태산 공동체는 왜 마음공부를 말하는가? 우리는 무엇 하는 곳인가 라는 질문에 대종사는 마음 쓰는 법을 배우는 곳이라는 명확한 공부 방향을 제시한다. 미신과 허식에 잡힌 민중의식을 개벽하려는 교화법이다.

최도화는 미륵불과 용화회상은 어떠한 회상인지 묻는 질문을 했다. 대종사는 미륵불이라 함은 법신불의 진리가 크게 드러나는 것이요, 용화회상이라 함은 크게 밝은 세상이 되는 것이니, 곧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대의가 널리 행하여지는 것이라고 답을 한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공부방향은 인격과 비인격 그리고 생명과 무생명을 아우르는 우주 전체를 공동체로 인식하는 의식혁명이자 살려내는 살림혁명이다. 모두가 부처요 일마다 정성을 다하는 성자의 길인 것이다.

원불교 공부인들이 마음공부로 활불이 되어 살아야 하는 사명이며 인격수행이다. 용화회상의 주인은 '하나하나 먼저 깨치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고 한 것은 마음공부 이론가가 아닌 실천가로 자기 개벽의 시대를 말씀한 것이다.

소태산 공동체는 세상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억압받던 여성들을 개벽의 주체로 이끌면서 남녀권리동일을 주장한 것은 각자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세상의 대안으로 보여준다.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과제로 인식하는 운명공동체였다.

원불교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통의 길이 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가와 재가의 역할이 평등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 재세 당시 초기 교단은 오히려 재가의 활동이 중심이 된 교화활동이 두드러진다. 출가자 감소를 두려워하지 말고 재가 교도의 역할확장과 지자본위가 살아나는 교단의 풍토를 조성해보자.

소태산 공동체는 마음공부로 자력을 세운 실천공동체이다. 대종사의 정신을 담아내고 사회운동이 될 수 있도록 작은 공동체를 와룡산훈련원에서 꿈꾸고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을 아우른 조건을 갖춘 와룡산훈련원은 재가교도들을 교법으로 무장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훈련요원으로 양성하고자 한다.

저축조합의 출발처럼 운영은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경제공동체를 기본으로 하고 지역사회를 동참시키는 나눔 공동체로 순화적 교법실현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올해부터 한다. 와룡이 비룡이 되길 기도하며.

/경남 와룡산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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