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개벽사상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왕조 교체와 사회 변혁을 우주론에 입각해 운세의 법칙과 결부시켰다. 민중들에게 은밀히 유행된 <정감록>, 현생에 미륵불을 부지런히 신앙하면 돌아오는 미륵세상에 미륵불을 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미륵삼부경> 등 짧게는 조선조에서 길게는 백제시대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같이 외적인 침입과 국가 혼란 속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민중들의 갈망과 염원이 뭉치고 발효돼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사상으로 무의식 깊게 자리잡아 나간 것이다.

오랫동안 빌어온 민중의 열망이 무르익어 열매를 맺는 것일까. 후천개벽 도래 뿐 아니라 이 나라가 그 중심이 된다는 선인들 예언은 마치 꿈과 같다.

수운은 '안심가'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개벽시 국초일(國初日)을 만지장서(滿紙長書) 내리시고 십이제국(十二諸國) 다 버리고 아국운수(我國運數) 먼저 하네." 후천개벽은 아국, 즉 조선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다. 증산은 "해동조선 사람들은 장차 세계의 조물을 받아먹고 사느니라"며 장차 세계 상등국이 될 것을 예언했다. 소태산도 세계 정신적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될 것임을 예고하며, 어변성룡이라 표현했다.

개벽사상 원리인 순환적 운세관이 비록 소강절(邵康節, 1011~1077)이 정리한 도서상수학(圖書常數學)에 들어있는 개념으로 이미 동양의 전통적 역사관에 속할지라도 조선이 장차 후천개벽의 중심국으로 거듭난다는 담론까지 밝힌 사상은 개벽사상이 유일무이하다.

이번 국정농단으로 국민 자발적으로 일어난 촛불집회. 외신은 한결같이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기미년 만세 운동을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로 표현한 소태산이 오늘의 촛불집회를 보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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