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훈 회장/원불교문인협회

처음은 약하게 흘러도
도도한 강물 만들어갈
〈원불교문학〉의 미래

원불교의 태동과 더불어 시작된 원불교문학 102년의 역사. 이 102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한 세기의 역사 속에는 영원히 흘러흘러 발전하게 될 원불교문학의 원형이 담겨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빛나게 될 보물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강물의 발원지를 찾아 그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고 가꿔 놓은 곳이 많아지는데, 이런 일은 강물의 고마움을 생각하면서 아울러 강물의 머언 미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은혜로운 마음에서 하는 일일 것이다.

처음에는 비록 약하게 흘러가도 도도한 강물을 만들어 갈 것이며, 더 나아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처럼 큰 바다를 이루게 될 원불교문학!

이제 200년, 500년, 1000년 뒤의 원불교문학을 상상하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다.

은근하고 겸손한 자아반성의 시

원기102년(2017)을 사는 우리 원불교 문인 중에 가장 빛나고 가장 알려진 시인으로 안도현(법명 윤환) 교도가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전문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 연탄은 /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안도현의 '연탄 한 장' 일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 지금은 인정머리 없이 차가운 / 갈라진 내 몸을 얹고 /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 시간의 바톤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 나도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의 '반쯤 깨진 연탄' 일부

이즈음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팍팍하다며 다시 한 번 세상을 바로 세워보자고 청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것을 안도현 시인은 우리의 의표를 찌르고 거두절미하고 '너에게 묻는다'로 출발시켰다.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연탄 한 장'과 '반쯤 깨진 연탄'은 덜 알려졌기에 여기 소개했다. 이 시인은 이 3~4편의 연탄시로 '연탄시인'으로 불리고도 있다. 이 시인은 이 세상의 작은 것에 대한 각별한 통찰력으로 사은의 은혜를 노래하고 있다.

"안개가 햇살에 섞이고 / 오늘, 삶의 돌파구니마다 / 슬픔 가득할지언정 / 이 아침, 그대 떠올리기만 해도 / 붉은 황톳길에 꿈 들여놓고 / 지울 수 없는 푸른 시가 됩니다. / 이 아침, 그대 떠올리기만 해도 / 꽃밭에서 꽃 꺾으려는 / 나를 달래시며 / 꺾지 않아야 오래오래 /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는 / 정산종사님의 청댓잎 사운거림이 들려옵니다." - 장재훈(철주)의 '이 아침, 그대 떠올리기만 해도' 일부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데, 장재훈의 이 시는 그걸 말하고 있다. 여기서 그대는 소태산 대종사이거나 이 시에 밝힌 정산종사일 수도 있다. 삼가 경건하게 모시는 아름다운 스승을 떠올리며 힘든 세상을 극복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고통을 오히려 삶의 은혜로 여기고 수행하는 원불교적 삶의 자세를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모든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감각감상이나 일기 등을 쓰는데 이것이 모두 문학작품이다. 따라서 〈원불교문학〉 제17집에 주저하지 말고 투고해 주시기 바란다. 또한 회비도 보내 주시기 바란다. 〈원불교문학〉은 여러분의 뜨거운 참여를 목 길게 늘이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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