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마음공부 프로그램 운영
아이들 공간에 웃음과 사랑 꽃피워

 

'정전 마음대조 공부방'에서 일기를 기재하고 스승님께 문답감정 공부를 하면서 학교에서는 상담부장이라는 업무를 맡게 됐다.

상담부장을 하며 만난 학생들은 학습의욕이 없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거나 음주, 흡연으로 가정에서조차 부끄러운 존재로 비친 아이들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룹을 지어 다니며 힘을 과시하고, 친구, 선후배, 심지어 선생님들에게도 과한 언행으로 대하는 요주의 학생들이었다.

나는 이때 이 아이들이 '학생 부처님들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마음공부 상담을 시도했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인정해주고 간섭하지 않고 판단도 하지 않으며 그냥 들어주었다. 그렇게 회기가 거듭되자 아이들은 차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지금의 너의 모습은 네 탓이 아니며,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지금부터는 내 마음을 스스로 운전해가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보자'며 본격적인 공부를 한 것이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해갔다. 화나고 밉고 짜증나기 전 마음, 원래의 마음을 발견하면서 경계에 부딪칠 때마다 '원래 없건마는~' 해가면서 갖가지 일어나는 마음을 열심히 일기에 기재해나갔다. 종종 장난처럼 몸으로 부딪쳐가면서 '앗, 경계!'하며 멈추는 공부를 즐겁게 해주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제출한 일기에 쓰여 있을 감정을 기대하며 상담실을 들락거렸고 점심시간은 늘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행복의 공식=마음 대조 공식'의 마음공부 일기 유인물에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기의 일기를 기재했다.

그중에 2학년 아이의 일기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친구가 쉬는 시간에 담배를 같이 피자고 해서 몇 명의 친구와 화장실까지 갔다가 '앗, 담배 경계! 경계구나!' 하면서 '원래 나는 훌륭한 사람인데 평소 습관대로 따라나섰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멈추어 얼른 원래 마음에 대조하여 친구들에게도 학교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말자며 교실로 돌아왔다는 일기를 가져왔다. 그 아이는 담배 경계를 여러 차례 이겨내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면서 결국 담배를 끊었고 색소폰을 배워서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뜻밖에도 여학생들이 음성적으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마음공부 요상담학생(관심군)들을 통해 금연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모아달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너무 많이 모였다. 10명씩 4개 조로 흡연 정도를 따라 편성을 하고 금연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매주 보건소와 한의원에서 금연침도 제공 받고 마음공부일기를 통해 금연의 의지를 다지게 했다. 자신을 스스로 세우고 살려가는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자율학습시간에 일기를 발표하며 아이들은 경계를 마주했던 상황을 같이 공유하면서 금연을 위한 노력을 하였고 서로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됐다. 서로 격려하고 경계를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눈에 띄게 달라져 갔다. 받아들이기 싫은 모습조차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의 원리'임을 알고 묘하고 신비롭게 느껴했다.

마음공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공간에는 웃음이 있었고 따뜻한 사랑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점차 자라고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 공부에 대한 신비로움이 느껴졌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원불교의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느덧 어엿한 원불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영등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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