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 날이 아니건마는
서원과 마음공부에 공을 쌓아야 혜복의 주인공 돼

▲ 김혜향 정토/안암교당
지난해 여름 인천공항은 수많은 여행객이 몰려 한 때 시스템이 마비된 적이 있다. 이미 인천공항의 포화상태는 예견돼 공항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외여행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요즘이지만 필자는 그 열기와는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촌스럽게도 비행기 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비행기를 타기 전 심한 불안을 느끼고, 야간에 비행기를 타면 피곤해서 잠에 곯아떨어질 법도 한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비행기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여기서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시달렸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일곱 살에 성 밖에서 일어나는 생로병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출가하였듯이, 필자 또한 뿌리를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불교에 입교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항상 죽음은 화두였고, 해결하지 못한 난제였다.

지난해 말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영화를 보았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유명한 영화였지만 필자에게는 현란한 장면들보다 이 대사 하나가 뇌리에 콕 박혔다. 주인공의 영적 스승이 죽기 직전 스승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게 스승은 이렇게 말을 했다. "죽는 것이 축복이다" 죽음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살던 필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대사였다. 얼마 전 유행했던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은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그의 꿈은 '죽는 것'이다.

세상 만물은 선악(善惡), 미추(美醜), 끝과 시작 등 짝하는 단어가 있고 완전히 다른 성질의 것들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 사람의 인생도 시작이 있으면 끝맺음이 있고, 그 끝맺음은 새로운 시작을 불러들인다. 죽음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시작했지만 1년이라는 단위도 그렇다. 새해의 시작인 1월1일은 결국 12월31일이라는 마지막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다시 1월1일로 연결된다. 이를 대종사는 다음 법문으로 우리에게 깨우쳐 준다. "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 날이 아니건마는, 어제까지를 일러 거년이라 하고 오늘부터를 일러 금년이라 하는 것 같이, 우리가 죽어도 그 영혼이요 살아도 그 영혼이건마는 죽으면 저승이라 하고 살았을 때는 이승이라 하나니…"(<대종경> 천도품 16장)

죽지 않고 하나의 육체로 영생을 사는 것과 같이, 해(年)라는 단위 없이 우리의 인생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 삶을 돌아보고 다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기에 죽음이 축복인 것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축복이다. 새해 첫 날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1년 동안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물론 작심삼일로 끝나버릴 수 있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그 다짐들이 모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격이 점점 성장해 간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목표도 있겠지만 우리는 원불교라는 교단에서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이다. 때문에 공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가야할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 대종사는 이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람이 평생에 비록 많은 전곡을 벌어 놓았다 하더라도 죽을 때에는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나니, … 참으로 영원한 나의 소유는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니, 서원과 마음공부에 끊임없는 공을 쌓아야 한없는 세상에 혜복의 주인공이 되나니라." (<대종경> 천도품 17장)

대종사의 '영원한 나의 소유' 법문은 우리가 평생을 두고 닦아가야 할 공부길을 밝혀준 것이다. 그 안에는 물욕이 없다. 오직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뿐이다. 우리는 지금 영생의 복전을 위해 무엇에 공들이고 있는가. 경산종법사는 올해 신년법문으로 세 가지 공들이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는 대종사가 밝혀준 천도품 17장 법문과 상통한다. 정유년 한 해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신년에 세웠던 서원을 다시 점검하고, 영생을 통해 내가 장만해야 할 마음공부에 다시금 분심을 내어 축복의 한 해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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