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장오성 교무/송도교당
'부처님이 남긴 음식을 먹으면 천도도 받고 성불도 할 수 있다!'

이 명제가 진실이라면 부처라는 직업보다 쉽고 환상적이 일도 없겠다. 일단 진실이라는 가정 하에 내가 만약 부처라면 일생동안 할 일은 딱 한가지, '부처님 잔반 공양소' 운영이다. 종일 밥만 먹고 남겨서 골고루 나눠주면 끝이다. 대신,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밥그릇 크기는 대대익선(大大益善), 클수록 좋다는 뜻이고, 하루 식사 횟수는 다다익선(多多益善), 한 숟가락씩만 최대한 여러 끼니 혹은 여러 그릇 먹을수록 좋다.

부처님 남긴 밥을 먹은 중생들은 다 천도받고 성불한다 하니, 일생동안 세계 방방곡곡을 돌며 이 사업을 계속하게 되면 결국 모든 인류를 다 성불하게 만들 수 있다. 때론,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와 한밤중에도 먹기를 계속해야 할만큼 일정이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부처니까 그쯤은 기쁘게 감당해야지. 이리 위대하고 멋진 사업을 막 구상하던 참인데, 소태산 대종사는 "부처님 공양후 남은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처님과 친근하게 된 것이라, 자연히 보는 것은 부처님 행동이요, 듣는 것은 부처님 말씀이요, 깨닫는 것은 부처님 정법이요, 물드는 것은 부처님 습관이 되어, 천도 받기도 쉽고 성불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씀의 본의다"며 단번에 망상을 접게 만든다.

그렇담 '성자 코스프레'로 사업을 변경해서 구상해야겠다. 코스프레란, 실제는 그가 아니면서 ~인척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코스튬 플레이(주인공 분장놀이)의 일본식 표현이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역할이 주어지면 그 인물에 완전히 몰입한다. 주인공과 연기자가 겉돌고 어설픈 발연기가 아니다. 자신을 다 비우고 주인공 속으로 쏙 들어가 그의 마음, 행동, 생각, 감정까지 완벽히 코스프레 할 때 가장 감동적인 연기가 된다.

그러다보면 때론 극중 인물에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하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 내가 주인공인지 주인공이 나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다.
만약 그 역할이 성자라면, 그 극이 몇십년 계속된다면 어떨까. '성자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연구하며 몰입해서 성자가 되어 사는 것이다.

성자의 언행, 지혜, 에너지를 내것처럼 믿고 오래오래 가져다 쓰면 원래의 자기가 누군지, 내가 성자인지 성자가 나인지 구분이 안되는, 내면화 단계에 이른다. 소설 〈큰바위얼굴〉처럼 오래도록 간절히 사모하며 잊지않고 살면 어느날 스스로가 큰바위얼굴이 되어 나타나듯, 성자 코스프레를 오래 지속하면 자신도 모르게 부처님의 심성, 언행, 역량을 갖춘 사람으로 변해 있겠지! 이런 사업에 함께 투자해봄직 하지 않은가.

최측근에서 우파니샤드, 즉 성자와 무릎가까이 앉아 언행과 가르침을 그대로 받드는 운좋은 제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성자와 함께 먹고 생활하며 하나라도 더 듣고 보고 따라하고 깨쳐서 성불할 수 있는 천금같은 우파니샤드의 기회였으리라. 그 본의도 모른채 공양하시는 부처님 옆에서 밥이나 남겨달라 부담스레 기다리고 앉아 있으니 어찌 웃음이 나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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