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절기 중 우수가 지났다. 음력으로는 대개 정월에 들며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햇살도 좋고, 기온도 적당했다. 날이 좋아서 준비도 없이 산행을 했다.

어느 정도 산을 오르다 보니 기분이 상쾌해지며 마음도 시야도 넓어졌다. 그러다 건너편에 있는 민둥산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나무 한 그루 없는 드넓은 대지였다.
그것을 본 순간 '저렇게 넓고 좋은 공간을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지면서 저 공간을 사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저 곳에 무엇을 할지 등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보았다.

그런데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실 드넓은 민둥산을 갖고 싶었던 이유는 상쾌하고 편안해지려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내 소유를 하려니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편안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민둥산을 소유할 수 있을까. 세계의 모든 차를 당신 것으로 삼은 소태산 대종사 말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이 기차 하나를 자기의 소유로 하려면 거액(巨額)의 자금이 일시에 들어야 할 것이요, 운영하는 모든 책임을 직접 담당하여 많은 괴로움을 받아야 할 것이나, 나의 소유하는 법은 그와 달라서 단번에 거액을 들이지도 아니하며, 모든 운영의 책임을 직접 지지도 아니하고, 다만 어디를 가게 되면 그 때마다 얼마씩의 요금만 지불하고 나의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니, 주야로 쉬지 않고 우리 차를 운전하며, 우리 철도를 수선하며, 우리 사무를 관리하여 주는 모든 우리 일꾼들의 급료와 비용이 너무 싸지 아니한가. 또, 나는 저번에 서울에 가서 한양 공원에 올라가 산책하면서 맑은 공기를 한 없이 호흡도 하고 온 공원의 흥취를 다 같이 즐기기도 하였으되, 누가 우리를 가라는 법도 없고 다시 오지 말라는 말도 아니하였나니, 피서 지대에 정자 몇 간만 두어도 매년 적지 않은 수호비가 들 것인데, 우리는 그러지 아니하고도 그 좋은 공원을 충분히 내 것으로 이용하지 아니 하였는가. 대저, 세상 사람이 무엇이나 제 것을 삼으려는 본의는 다 자기의 편리를 취함이어늘 기차나 공원을 모두 다 이와 같이 이용할 대로 이용하였으니 어떻게 소유한들 이 위에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이것을 모두 다 내 것이라고 하였으며, 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을 싣고 있는 대지 강산까지도 다 내 것을 삼아 두고, 경우에 따라 그것을 이용하되 경위에만 어긋나지 않게 하면 아무도 금하고 말리지 못하나니, 이 얼마나 너른 살림인가. 그러나, 속세 범상한 사람들은 기국(器局)이 좁아서 무엇이나 기어이 그것을 자기 앞에 갖다 놓기로만 위주하여 공연히 일 많고 걱정되고 책임 무거울 것을 취하기에 급급하나니, 이는 참으로 국한 없이 큰 본가 살림을 발견하지 못한 연고니라."

이 말씀을 받들고 나니 애써 민둥산을 갖고자 했던 나의 마음이 어리석음을 알게 되었다.
내일 또 날이 좋고 시간도 적당하면 오늘 만난 내 민둥산을 다시한번 보러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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