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사상연구원 콜로키움
한국적 공공성의 모색

동학에서 한국적 공공성 정체성을 찾은 조성환 교수.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이 '한국적 공공성의 모색'과 '일본에서의 종교와 공공성'이란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공공성 개념이 왜곡됐거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혼용해 사용되는 사례들이 많은 점에서, 서강대학교 조성환 교수의 '한국적 공공성의 모색-동학의 개벽사상을 중심으로' 발표는 한국 공공성 뿌리를 되짚는 시간이었다.

조성환 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공공'과 관련된 말처럼 널리 회자되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도 없다"며 "공공은 때로 공공기관이나 공공정책처럼 정부와 관련된 것을 가리키기도 하다가도, 때로는 정반대로 공공장소나 공공의 적과 같이 대중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고 공공의 혼용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공공을 추상명사화 한 '공공성'은 이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며 "가령 '국가의 공공성'처럼 정부에 대해 쓰이기도 하고, '시민적 공공성'과 같이 시민에 대해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료의 공공성, 행정의 공공성, 건축의 공공성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쓰이는 '공공성'에서 김태창 주간이 설명한 공공성 개념의 본래 의미가 한국사회에서는 많이 희석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공공성이 지니고 있는 함축을 온전히 파악하려면 '공공' 개념이 처음 출현한 기원전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공공의 의미가 사마천 <사기>의 '법이라는 것은 천자라 할지라도 천하와 함께 공공하는 바이다(法者天子所與天下公共也)'에서 '공유한다'는 동사와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또 주자학에서 '공공지리(公共之理)' 표현에서 공공 개념이 인간 개념에서 자연 영역까지 확대 사용된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근대 일본에서 공(公)의 개념을 멸사봉공을 주창한 미나미 지로에 의해 '국가'를 대변하는 표현으로, 또 1930년 와츠지 테츠로 <윤리학>에서 공공 개념이 '사적 존재의 바깥에 있는 더 큰 공동성'으로 대두대면서 '국가적 차원에 한정된 공공성'이란 의미로 바뀌어 그 영향을 받은 우리가 공공성 범주를 혼용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는 "공공성 개념의 탄생은 기존의 동사로서의 공공이 공간화되고 추상화 되었음을 의미한다"며 "공공 개념이 본래 지니고 있던 실천적이고 주체적인 의미가 탈색되고, 그 영역도 천지에서 국가로 축소되었음을 뜻한다"고 정리했다. 일종의 '공공의 세속화'이자 '천지공공에서 국가공공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공 개념의 변천과정을 통해 한국적 공공성을 동학에서 찾아볼 필요성을 제기한 조 교수는 "민중이 주체가 되어 종교운동 형태로 부국강병이 아닌 보국안민을 내걸어 새로운 '공'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 이들이 개벽파이다"며 "동학을 창도한 최제우, 대종교를 중광한 나철, 증산교를 창시한 강증산, 원불교를 개교한 박중빈은 대부분 유교적 지식인으로 출발했지만 유교를 고집하거나 서양에 기대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깨달음과 시대적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론을 제시하고 그것을 '개벽'이라는 말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최시형의 천인상여(天人相與), 대종교의 개천(開天), 강증산의 천지공사(天地公事), 원불교의 천지은(天地恩) 등 개벽을 주창했던 이들은 공공성 범주를 국가가 아닌 천지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즉 한국적 공공성은 이들에 의한 독자적인 공공성, 자생적 공공성을 추구했음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상은 그동안 중국사상에 가려져 있었던 한국사상의 발견이다"며 "'모두가 하늘이다'는 동학의 메시지는 기존 질서에 소외되어 왔던 농민들을 새로운 공공세계를 만들어가는 '공공하는 주체'로 거듭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학에서의 '하늘'의 발견은 '민(民)'들이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공공세계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한국적 '근대'의 발견이자 시작이라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 공공성 개념을 최초 제안한 동양포럼 김태창 주간.

이 자리에 참석한 동양포럼 김태창 주간은 동학 사상의 핵심인 하늘(天)과 타자(他者)의 명확한 정의 규명이 없음을 우려했다. 그는 "기독교의 하늘은 천지 창조자와 신을 의미한다"며 "한국 동학이 가지는 하늘의 굉장한 특징은 큰 생명으로 개개인의 작은 생명을 싸서 전부를 살리는 우주적 근원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他者)란 개념도 근원은 프랑스에서 나온 말로 동양적 사상과 달리 '자기와 철저하게 이질적인 것'이란 뜻을 담보한다"고 말했다. 즉 같은 표현이지만 어원적 의미는 전혀 다른 것으로 단어 규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서는 자칫 공공성 이해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의 종교와 공공성 연구'는 일본 국가신도가 공공종교가 아닌 이유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로 있는 야규 마코토(YAGYU MAKOTO) 교수가 발표했다.

일본 국가신도의 공공성 한계를 밝힌 야규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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