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원불교 교단이 직면한 중차대한 문제의 현장인 일본에 다녀왔다. 개교 100년을 넘긴 오늘날, 종교법인(宗敎法人) 원불교가 일본인 사업가의 사유물(私有物)로 전락한 실태를 보고 분노와 비애를 느낀다.
일본에는 요코하마교당과 도쿄교당의 모체인 가나가와(神奈川)법인, 오사카교당의 모체인 오사카(大阪)법인, 오까야마(岡山)법인, 치바(千葉)법인 등 4개의 원불교 종교법인이 있다.

이 가운데 오까야마법인(등기부 공식명칭:圓佛敎)과 치바법인(등기부 공식명칭:宗敎法人 圓佛敎 千葉敎堂)은 원불교 교단의 실소유가 아니다. 일본인 사업가의 개인 소유로 오래전에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법인은 (주)나기사석재(渚石材) 사장인 기노시다 가스시로(木下勝四郞, 2014년 사망) 개인의 소유가 되었고, 그가 죽은 후에는 그의 친족들에게 상속이 됐다. 기노시다씨는 사업가의 수완으로 원불교 법인을 손에 넣어 묘원(墓園)사업을 운영했고, 이를 친족들에게 상속했다.

치바법인은 850여기의 묘를 분양 완료했으며, 오까야마법인은 7천여기를 분양중에 있다. 기노시다측은 면세로 묘원사업을 하기 위해서 치바법인(현재 대표역원은 岡田二郞)은 교단이 기존부터 갖고 있던 치바교당을, 오까야마법인(현재 대표역원은 平山良一, 기노시다의 처남)은 기노시다측이 설립한 원불교 후나바시(船橋)교당을 통해 자칭 수행자인 오까다(岡田二郞)가 두 개 교당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통탄하고 분노할 일인가. 오까야마법인과 치바법인은 등기부에 설립 목적을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하고 원불교 전서를 교전으로 해서 원불교 의식행사와 신자 교화 육성, 법인의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사업을 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사태는 원기 79년(1994)경 시작이 된다. 일본인 오오끼(沖智博, 당시 일본교구 사무장)의 주도로 1984년에 설립된 오까야마법인이 운영상 문제가 있자, 오오끼가 교단 몰래 기노시다에게 팔아 넘긴다. 기노시다가 오까야마법인으로 묘원사업을 추진하다 어려움이 생기자, 이철행 교무가 대표역원(이사장)으로 있는 치바법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단에 요청을 한다.

이러한 일들에 앞장서 협조를 한 사람이 당시 교정원장이었던 조정근 교무였다. 조교무의 연원으로 원불교 교도가 된 기노시다(법명 圓道)는 종교법인 원불교 2개 법인의 실소유권(운영권)을 넘겨받는 대신 도쿄교당 건물을 매입, 교단에 건넸다. 이 일로 기노시다는 조정근 교무 등의 역할로 원기 91년(2006)에 대호법의 법훈을 받았다. 얼마 후 교단의 행정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조정근 교무와 기노시다간의 친분과 교감을 중심으로 종법사 등 교단지도부와 신(信, 정신적 지도라 지칭)을 잇는 것으로 명분을 삼았으나 '원불교 교당·기관 일람표'에서 사라지는 등 교단과 결별하게 됐다. 기노시다가 2014년 사망할 당시 대호법인 그의 죽음조차도 교단이 알 수가 없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16년 6월 나기사석재를 방문한 치바대책위원들에게 "일본 원불교는 한국 원불교와 관계 없다. 한국 원불교가 이의가 있다면 변호사를 통해 말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이어 12월 나기사석재 사장인 기노시다히로에(기노시다의 딸)를 감화(感化)시킬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조정근 교무 일행은 회사 출입문을 넘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일본땅에 교단이 통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원불교가 생기고 만 것이다.

이러한 교단적 사건을 두고 세월을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된다.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자 일본인 변호사 선임을 앞두고 있으나, 교정원 국제부 중심의 대책위로는 사실 수습이 어려운 복잡한 사안이다. 긴급 수위단회를 소집, 교단 역량을 총동원해서 사태의 원인을 분명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대로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기노시다에게 준 대호법 법훈을 박탈해야 하며, 조정근 교무를 비롯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만 교단에 법과 대의가 바로 설 것이다.

대산 김대거 종법사 시절, '인장(印章) 사건'이 있었다. 교단 간부 몇 사람이 공의를 거치지 않고 교산을 담보로 외국의 장기 저리 자금을 융자받아 개교 반백년 기념사업에 투입하려 했다가 미수(未遂)에 그친 일이다. 이 사건으로도 관계자들이 제적이나 탈계 등 중징계를 받았었는데, 일본 오까야마·치바법인 사태는 교단의 법인을 개인소유로 넘겨준 전대미문의 중대사건인 만큼 그 죄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 사건은 교단 만대를 통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무서운 일이다. 내년 9월 새 종법사가 선출되기 전에 교단의 어두운 그림자를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 후진들이 교단 2세기를 희망차게 꽃피울 수 있도록 선진들이 잘못한 일을 스스로 깊이 참회하고 깨끗이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 오까야마·치바법인을 바로잡는 일에 경산 장응철 종법사의 대결단과 수위단회를 비롯한 재가출가 전교도의 결사(結社)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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