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활동했던 교정원 국제부 치바법인대책위원회(위원장 백현린)는 일본 나기사석재회사와 치바법인 문제를 대화와 불공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기사석재회사 측이 치바법인 문제에 강경하게 나옴에 따라 교단도 지난해 12월24일 5차 치바법인대책위 회의에서 '법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기로 결정'했고, 차광신 일본교구장을 중심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일본 변호사와 치바법인 문제를 해결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본사는 ▷ 1주 치바법인 현장을 가다 ▷ 2주 치바법인 조사위원회·대책위원회 활동과 교단의 부실적 대응 ▷ 3주 치바법인 기고 ▷ 4주 치바법인 향후 방향과 과제로 기획해 오까야마(岡山)·치바(千葉)법인이 어떻게 개인회사인 나기사석재로 넘어갔는지 분석한다.

▲ 원불교 종교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유령 치바교당.

메모리얼파크, 유령 후나바시·치바교당

이치가와 메모리얼파크 백일홍영원은 동경교당(東京都 葛飾區 金町 5丁目1-15)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리고, 전철로는 1시간 가량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치바현 후나바시 호덴(法田)역에 내려서 택시로 15분 정도 이동하면 된다. 동경역에서는 메모리얼파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니 서울로 치면 경기도 근방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동경시민들에게는 접근성이 좋은 추모공원인 셈이다. 본사 송인걸 사장과 기자는 동경교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와이드패스(신칸센 포함 지하철 이용권)를 활용해 메모리얼파크로 향했다. 일본 동경이나 치바현은 전형적인 늪지대였지만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잘 개간해 옥토로 만든 곳이다. 남쪽으로는 후지산이 보일 뿐 평지에 만들어진 도시다. 후지산은 일본인들이 영산(靈山)으로 생각하는 산이다. 메모리얼파크에 도착하자 후지산이 보이는 공원묘지라는 선전 문구가 보인다. 교단과 법적인 관계 때문에 동행했던 차광신 일본교구장은 최대한 조용히 답사할 것을 권했다. 직원들이 나타나면 일이 커져서 제대로 묘역을 둘러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장례문화는 납골묘 형태로 사찰 후원에 모셔놓고 참배하는 것이 전통방식이다. 메모리얼파크의 첫 인상은 일정한 크기의 깔끔한 납골묘들이 질서 있게 다가왔다. 납골묘는 가족단위로 구성돼 있고, 나무로 된 위패가 함께 봉안돼 있어 한국과 장례문화가 달랐다. 메모리얼파크는 1묘역 850기(치바법인 추정 분양완료)와 2묘역, 3묘역 7000기(오까야마법인 추정 분양 중)로 구성돼 있었다.

우리 일행은 1묘역을 통해 2, 3묘역으로 이동했다. 납골묘역 관리사무소는 2묘역 근처에 있는데, 사무소 앞쪽에 故 기노시다 사장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3묘역을 지나 도로변에 이르자 큰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서자 초라하게 표기된 원불교 후나바시(船橋)교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후나바시교당은 교단과 관계없는 교당으로, 한마디로 빈 창고에 이름만 붙여놓은 상황이다. 나기사석재 측이 영묘사업을 위해 만든 허울뿐인 교당인 셈이다. 일행은 치바법인의 모태인 치바교당으로 향했다. 메모리얼파크에서 전철과 택시를 이용해 40~50분 정도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주택가 작은 도로변에 위치한 치바교당은 김상원, 최시현, 이공현, 이군도 교무가 근무했던 곳으로 지금은 인기척이 없는 빈집에 교당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나기사석재 측이 영묘 사업을 위해 종교 활동의 근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 이치가와 메모리얼파크 백일홍영원 사무실과 함께 쓰고 있는 유령 후나바시교당.
▲ 후나바시교당 옆 묘소상담과 영원견학 현수막.

오까야마·치바법인이란

오까야마·치바법인은 일본교화를 위해 설립된 원불교 종교법인이다. 문제가 됐던 법인 외에 일본에서 요코하마교당(동경교당 포함)의 가나가와(神奈川)법인과 오사카교당의 오사카(大阪)법인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까야마법인(오까야마현 종교법인 원불교)은 원기62년 일본인 오오끼(沖智博)씨가 입교한 뒤 일본에 교당설립을 약속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원기63년(1978) 영묘사업을 하기 위해 원불교 오까야마법인 설립을 추진한 뒤 원기65년(1980) 원불교 오까야마법인이 인증되고, 오오끼 씨가 대표역원(이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원기69년(1984) 11월 원불교 법인등기를 완료하고 박제권 종사를 요코하마교당 교무 겸 교구장으로 파견해 일본교구체제를 정비하기에 이른다.

치바법인은 원기76년(1991) 오근진 교도가 단독으로 설립하지만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기77년 3월 원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치바법인의 조사와 답사의 건을 논의한다. 원기78년(1993) 김인철 교정원장과 오근진 교도가 '종교법인 원불교 치바교당 인계인수 절차 합의각서'를 작성하고, 대표역원으로 이철행 당시 감찰원장이 취임한다. 경비와 사례금 명목으로 5억3천여 만원을 지불하고 인수한 교단은 이후 일본법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그 사이 오오끼 씨가 잇따른 사업실패로 오까야마법인 대표역원을 교단 몰래 ㈜나기사석재 기노시다 가스시로 사장에게 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원불교 해외법인이 교단에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통제권을 벗어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기노시다 사장은 교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특히 입교연원인 조정근 당시 교정원장과 관계는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치바법인이 나기사석재로 넘어가는 한 가운데 조 전 교정원장이 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기노시다 사장과 교류하며 정신적 지도는 물론 일본인 교도로 잘 성장하길 바랐다. 기노시다는 오까야마법인의 부채문제, 동경교당 겸 일본교구청 건물 구입 등의 카드를 내밀며 치밀하게 치바법인의 양도를 꾀한다. 한국인이 대표역원을 맡고 있어서 영묘사업 허가가 늦었다는 이유도 든다. 결국 원기85년(2000) 11월 치바법인 대표역원을 스즈키 켄이치(부사장)로 변경하는 대신 이사로 이군도 교무 등이 참여한다. 기노시다 사장은 동경교당 희사(원기91년 봉불식)와 운영기금(3년), 교무 월급 등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한다. 원기90년 법적으로 이사장과 이사 참여가 불가능해지면서 교단과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치바법인 문제 제기는 원기97년 차광신 일본교구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 본사 송인걸 사장과 차광신 일본교구장이 메모리얼파크 1,2,3 묘역을 둘러봤다.
일본 원불교 종파의 시작인가

오까야마법인 정관을 보면 법인 명 자체가 '원불교'로 표기돼 있다. 이 법인은 문제가 되고 있는 후나바시교당을 교단과 상의 없이 설립한 것이어서 '원불교의 또 다른 종파 논쟁'을 낳고 있다. 정관은 '이 법인은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하고, 일원상을 상징으로 하고, 원불교 전서를 교전으로 하는 불교 교의를 넓혀서, 의식행사를 진행하고, 신자의 교화육성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로 되어 있다. 지난해 6월 대책위가 만난 기노시다 히라야마, 오까다 이사장은 "일본 원불교는 한국의 원불교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특히 나기사석재와 일본 원불교와는 관계가 없다"고 답변한다. 일본 종교법인 원불교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오까다 이사장은 "사람을 도와주는 일과 선조를 공양하는 일이다"며 "선대사장(기노시다)이 한국의 원불교와 약간 다르겠지만 네가 좋을 대로 활동하면 좋다, 네가 알아서 좋을 대로 가르쳐도 좋다고 말했다. 수행자로 선대사장의 뜻에 따라 한겨울 산에 올라 폭포 물을 맞는다든지, 혼자 산을 다니며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분히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정관은 그대로인데, 이사장만 계속 바꾸면서 영묘 사업에 필요한 법인을 존치하려는 모양새로 읽힌다. 대책위의 분석결과, 이들은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종교법인은 만능회사

일본에서 종교법인은 만능회사로 통한다. 묘지사업을 비롯해 사회복지, 부동산, 금전대부(고리대부), 통신방송, 운송업, 창고업, 광산업, 여행업 등 34개의 사업을 할 수 있다. 심지어 묘지업이나 사회복지 쪽은 세금조차 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종교법인은 일반 사업가들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세금 절세를 통한 돈벌이가 확실해 종교법인 거래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차 교구장의 설명이다.

향후 방향에 대해 차광신 일본교구장은 "치바법인 대책위원회에서 4가지 방향을 정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법인의 정상화(윈윈)로 원래 법인관계 복원, 종교법인 환수, 종교법인 폐지, 교단과 관계없는 이름으로 법인명 교체 등을 제시하며 나기사석재 측과 법인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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