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교도/계룡교당

교단에 새로운 시작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
인간과 인간의 소통 다양한 형태로 심화돼야
정신개벽 과제 위해 지혜 모아야 할 때


4차 산업혁명이다. 아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4차 물질개벽이다.

2016년 2월 다보스포럼 이후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요즘에는 다양한 언론 매체와 일부 대선 예비주자들을 통해서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기술진보에 무관심한 일반 대중들에게도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교단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1780년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1879년 에디슨의 전기발명으로 2차 산업혁명을 맞았다. 찰리채플린이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간소외를 '모던타임즈'라는 무성영화로 만들어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라는 작고 소박한 메시지로 위로하려 했던 그때, 우리 원불교는 시작되었다.

'물질의 편리함이 물질을 사용하는 인간을 소외시킬 수 있다'라는 문제의식의 결과가 '정신개벽'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결론 맺으며, 선진들과 법동지들께서 부단한 노력과 정성으로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금과 같은 큰 업적을 이룰 수가 있었다.

1969년부터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3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우리는 서 있다. 지식정보혁명의 시대에 우리 교단은 어떤 노력을 했으며, 이 노력의 결과가 얼마만큼의 성과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묻고 싶다. 어쩌면 사이버교화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노력들이 단순한 성과 위주로, 일회성 사업 중심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어쩌면 3차 산업혁명에도 익숙하지 않은 우리 교단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고민해 본다. 새로운 물질개벽의 초입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현실인식과 정신개벽의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이제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통찰의 힘이 필요하고,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침이면 숱한 말들이, 다양한 이야기가 카톡으로, 밴드로, 페북으로, 앱으로 전달된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때론 나의 심각한 고민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좋은 글들에 나는 감동하고, 반응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성금을 보내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감사의 편지와 잊을만하면 전해지는 아이들의 소식에 작은 은혜에도 감사하고, 보은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단순히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같은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정신적 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술과 자본의 독점으로 한편으로는 불평등이 심화되겠으나 모든 것은 열려있고,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2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시작된 물질문명의 지배를 대종사님의 뜻으로 딛고 일어선 우리 교단은 물질의 지배가 다양한 형태로 첨예화되는 이 시기에 부합하는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4차 물질 개벽은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던 시대에서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다. 사물간의 소통으로 사물이 스스로 학습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시대에 부합하는 정신개벽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 더욱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심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예전보다 더 지능적인 물질의 노예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람시의 말처럼 옛것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새것이 들어오지 않을 때 위기는 시작 된다. 공유하고, 협력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옛 것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울 은혜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4차 물질개벽이다. 새로운 물질개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신개벽이 필요한 시점이고,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아무리 물질이 발전 하더라도 결국 인간은 서로 합력하고 소통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열려 있어야 하고,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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