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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수첩.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
교사수첩.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
  • 김경희 원장
  • 승인 2017.03.03
  • 호수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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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원장
▲ 김경희 원장

유치원에서 근무하면 가슴 아프고 불행한 아이들의 사연이 많다. 7년 전에 6살 남자아이가 입학했는데, 상담 당시 엄마의 건강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몇 개월 뒤 위독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네살배기 여동생을 맡길 곳이 없다고 아버지가 유치원에서 한 달간 봐주기를 원했다. 부득이 교무실에서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 보게 됐다.

아이는 너무 예뻤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엄마가 셋째인 이 아이를 낳은 후 암 판정을 받고 치료받느라 돌보질 못해 또래보다 발달이 매우 늦었다. 교무님과 교사, 조리사, 기사까지도 그 아이를 많이 예뻐하면서도 안쓰러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해 겨울 그 아이들의 엄마는 사망했고, 세 아이는 아버지와 살게 됐다.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는 집을 비울 때가 많았고 아이들을 돌볼 상황이 안 됐다.

그나마 유치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 아침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오지 않으면 내가 집으로 데리러 갔다. 도로변에 집이 있었는데 대문은 잠그지 않은 채 거실과 안방은 발 디딜 틈 없이 옷가지와 이불로 뒤덮여 있었다. 부엌은 며칠 동안 설거지도 하지 않은 채 살림도구들은 엉망이었다.

대충 서랍에서 양말과 옷가지를 꺼내 입히고 남매를 유치원으로 데리고 와서 씻기고 아침을 먹여 교실에 들여보냈다. 종일반 수업이 끝난 뒤에도 유치원에서 저녁까지 먹여 보호하고 있다가 큰 누나가 학원을 마치고 데리러 오면 집으로 귀가시키는 일을, 막내 동생이 졸업할 때까지 3년 가까이 했다. 지금도 대각개교절에 봉공회 사랑의 김치 나누기 행사를 할 때면 김치를 갖다 주러 가는데, 여전히 대문은 잠겨있지 않고, 거실과 방은 삼남매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처럼 한창 부모의 그늘에서 지지와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부모가 곁에 없어 겪게 되는 고통과 아픔이 저 어린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는 것을 보면서 지금도 내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깝게 남아 있는 아이들이다.

머리부터 가방, 옷에서 담배냄새로 찌들린 6살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평균 주3일 정도만 유치원에 나왔는데 결석하는 날은 엄마가 술로 인사불성이 돼 못 데려다 주는 경우였다. 때로는 아이를 밤새도록 동생을 돌보는 가정 보육시설에 맡겨놓고 데려오지 않아서 등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엄마는, 아빠가 다른 아이 넷을 혼자서 키우고 있었는데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도 학교를 온전하게 다니지 못했다. 셋째는 우리 유치원에 다녔고, 막내는 24시간 봐주는 가정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었다.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때는 셋째아이까지 막내를 돌보는 가정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하루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인터넷 중독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을 알고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 대해 의논하러 모인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엄마의 인터넷 중독 치유 지원, 아이들을 위한 가정 도우미 지원, 첫째와 둘째 아이들 학습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학습도우미 지원 등을 통해 그 가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돕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 후 6살 여자아이는 동생이 다니는 24시간 보육시설에서 동생과 함께 다니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엄마의 결정으로 1년 수료를 하지 못하고 우리 유치원을 그만두게 됐다.

유아의 출생에서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지지는 유아의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모로부터 유아가 행복감을 많이 경험할수록 청소년기는 물론 성인기까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며, 한 사람의 평생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부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감사생활하며 행복하게 살아주길 기원한다.

/양정원광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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