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산 박광전 종사 그의 논문이 실려있는 〈논문집〉.
원불교학의 본격적인 연구성과는 원기52년(1967)에 발표된 '일원상(一圓相) 연구'를 효시로 삼는다. 박광전(崇山朴光田, 본명 吉眞, 1915~1986) 종사가 원광대학의 〈(교수)논문집〉 3집에 발표한 논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학술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법연구회 시절 서대원(圓山徐大圓, 1910-1945)대봉도의 '일원상의 유래와 법문'(〈회보〉54-56)나 〈교학연구〉창간호(1965)에 발표한 한정원(震山韓正圓, 1933-2016)종사의 '본래심(本來心)과 대경계(對境界)-일상수행의 요법 1·2·3조에서-' 등이 그러하다. 이들 자료의 정리 및 단편적인 논고에 비하여 숭산종사의 연구는 원불교 종지에 대해 학문적 논격(論格)을 갖추고 있다.

구성은 I. 서언, II. 동서사상에 있어서 유일자(唯一者), 1. 서양사상에 있어서의 유일자의 탐구, 2. 동양사상에 있어서의 유일자 탐구, 3. 불교의 법신불사상, III. 일원상의 진리, 1. 진리를 일원상으로 표현하는 이유, 2. 일원상과 단원론, 3. 일원상과 우주만유, 4. 일원상과 성품론, IV. 일원상의 역사적 근거, 1. 서양에 있어서의 원상사상, 2. 동양에 있어서의 원상사상, V. 일원상을 신앙하는 이류, VI. 일원상의 수행, VII. 일원상의 활용법, VIII. 결론-일원상의 생활화-의 순이다.

숭산종사는 〈대종경〉교의품 3장 이하에서 소태산 대종사에게 '일원상과 인간과의 관계'를 여쭈어 법문을 받드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더구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여 이 궁극적 진리의 학문적 체계화에 큰 관심을 가졌던만큼 이에 관한 연구성과는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종교문제연구소의 〈원불교사전〉(1974) 작업 당시 개인적으로 모셨을 때, 서대원대봉도의 논고를 위해 〈전등록(傳燈錄)〉 등의 관련기사를 채록했던 경험담을 받든 적도 있다.

<서문>에서 숭산종사는 '나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의 근본원리를 알아보려고 회의를 자주 품어보았다.… 중학시절부터 기독교의 신, 유교의 천 또는 이(理), 불교의 불성문제 등에 부딪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좀더 근본적으로 우주의 원리를 연구해 보려는 결심으로 철학을 공부하게 됐다. 그러면서 일반철학으로서의 서양철학에만 기울어지지 아니하고, 불교, 지나철학까지 주의깊게 살펴보았다'고 고백한다. 폭넓고 창의적인 학문적 태도로 원불교학의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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