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뜬다. 노란색 달 뒤편에 희미하게 떠 있는 초록빛의 또 다른 달. 이 두 개의 달은 두 개의 다른 세계를 상징한다.
연결되어 있지만 결코 건너갈 수 없는두 세상은 공존하기 어려운 초월적인 시간과 공간으로 존재한다.

촛불과 태극기로 대치되는 광장에서, 어쩌면 우리는 두 개의 달을 가진 서로가 함께할 수 없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문자와 언어를 쓰고 있는 우리조차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참으로 어려웠던 지난 넉 달은 그래서 불편했고 버거울 만큼 침통했다.

그리고 운명의 3월. 혼란이 대치되는 시국을 에둘러 말했지만, 실상 피하고 싶지 않은 교단 이야기가 있다. 지난 주 부터 〈원불교신문〉에 기획 게재되는 치바법인 문제다. 사실 일본 치바법인 건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하지만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도, 공개된 자리도 없었다. 기자이기에 앞서 재가교도에게 제공되는 교단 내적 정보는 제한적이고, 지금도 그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치바법인 건을 접하면서, 구체적인 과정과 정확한 이해가 필요했다. 기자들은 그간의 자료들을 모두 수집해 정리했고, 치바법인조사위원회로 활동했던 교단 측 변호사와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과정상의 문제점도 차분하게 짚었고 향후 대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도 나눴다.

네 번의 기획기사로 게재될 치바법인 건은 공정성에 바탕해 양쪽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고문도 예정돼 있다. 교단의 향후 방향과 과제를 다루게 될 순서에는 당시 실무를 진행했던 담당자의 입장도 충분히 전달할 예정이다. 물론 취재에 응해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치바법인 건에 대한 게재여부의 적절성과 시기적인 적합성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도 적지 않았다. 냉철하게 사건을 파악하며 법리적인 방법을 강구했던 치바법인조사위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서 '나 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장 고민됐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 안타까움이 무엇을 말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면을 통해 치바법인 건을 다시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공의적인 이해와 합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치바법인 건을 해결하려는 교정팀의 의지와 그간의 노력도 충실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교정원의 해결의지도 분명하게 알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묻어둘 수 없는 교단적 과제는 어느 때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직한 이해 속에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지혜가 모아지기를 심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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