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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길 덕무 교화자의 삶 2. 공익부 근무, 아직도 잊지 못한 사연들
고도길 덕무 교화자의 삶 2. 공익부 근무, 아직도 잊지 못한 사연들
  • 고도길 덕무
  • 승인 2017.03.10
  • 호수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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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에 살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교무님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살다보니 교무님들의 단점도 보이고 근무하는 원광한의원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따리를 몇 번이나 쌌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같이 근무하던 약사선생님이 "도길아! 얘기 좀 하자" 하면서 여러번 붙잡곤 했다. 이러한 나의 사정을 공익부장님이 아시고, 내 방을 남자요양원으로 옮겨주었다.

총부에 적응하느라 애쓰면서 사는 지 1년쯤 지났을 때다. 총부식당에서 저녁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서 옷을 벗는데 지갑이 떨어졌다. 그 속에 있던 운전면허증이 같이 떨어졌다. 무심히 주워서 운전면허증을 봤더니 적성기간이 내일이면 종료되는 것을 알게 됐다. 깜짝 놀라 다른 면허증도 살펴보니 적성기간이 7개월이나 지나버린 것도 있었다. 원불교 입교하기 전 중장비 관련 면허증을 땄었는데 모두 적성기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큰일이다' 생각돼 해당 부서에 전화해보니 취소가 되어버렸단다. 부랴부랴 사진 찍고 급사진 빼서 김제경찰서에 갔다. 적성검사해서 운전면허증만 살렸다.

그 때 한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중장비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여기서 경계 오고 힘들 때 자격증 생각으로 쉽게 나가버릴 수 있으니까 진리가 그런 마음 들지 말라고 없애버리셨나 보다. 지금 공사에 필요한 운전면허증만 살려주셨구나.'

당시에는 중장비 면허증을 따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전국에서 1년에 한 번씩만 시험보는 때였다. 나도 어려운 가정형편에 무슨 일이든 해야 될까 싶어서 따 놓았던 것인데 이날 이후 미련없이 싹 버렸다.

공익부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보람도 많았다. 편찮으신 교무님들을 모시고 원대병원 입원시켜드리기도 하고, 병원에서 수술한 후 요양원에서 며칠씩 쉬시다가 다시 교당으로 돌아가실 때 모셔다 드리곤 했다. 어느정도 회복된 교무님들을 교당까지 모셔 드리다보면 그렇게 행복하고 기쁠 수 없었다.

그런데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그 가운데 생각나는 어느 젊은 여자교무님이 있다. 30대 초반에 유방암 수술을 받으신 분인데, 요양원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고서 교당에 모셔다 드렸다. 1년 정도 쉬면서 상태가 좋아지니 다시 교당에 근무하러 가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재발되어서 또다시 병원으로 오게 됐다.

당시 총부 요양시설은 열악했다. 지금 원로원 자리가 당시 요양원 있던 곳인데, 건물도 기와집에 방 몇 칸 뿐이었다. 병원에서는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했다. 교무님을 김제에 친오빠집에 할 수 없이 모셔다 드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한달도 안되서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시 모시러 가는 길에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다. 모시고 오면서는 더 그랬다. 원광대병원에 모시고 갔지만 손을 쓸 수 없는 모양이었다. 총부로 다시 모시고 오고나서 얼마 안돼 열반했다.

그 분이 총부에서 열반에 들기 전에 다른 교무님이 <대종경> 천도품을 대독해 주는데 고통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그 법문을 들으시며 합장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당시 교육부 직원들과 함께 옆에서 지켜서 있었는데 그 분이 갑자기 눈을 뜨시더니 "고도길씨" 하고 부르셨다. 다들 깜짝 놀랐다. 나는 "예"하고 대답했는데, 내 손을 잡으며 "죽어서도 당신 은혜 잊지 못하겠다"하시고 열반에 드셨다. 지금도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당시 교무님들이 너무 헌신적으로 일만 하시다보니 당신들 병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일로 공익부에서 회의를 열었다. 특히 여자교무님들이 산부인과 의사들 강의를 받게 해서 자가진단법을 배울 수 있게 하자는 건의가 나왔다. 이후로 교무님들 대상으로 의사들 강의도 있게 돼 이같은 일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 같았다.

/시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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