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순수한 관심으로 참여하는 학생 많지 않아
한결같은 마음과 정성으로 아이들 마음 열어

▲ 김정원 교무

해룡고등학교 교당은 김정심(전 영광교구장) 원로교무가 원기68년 법당 봉불식을 올린 것으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황명신 교무, 임상원 교무가 근무하게 된다.

원기101년 재가출가 교도들의 합력으로 소법당 봉불을 할 수 있었고, 봉불을 계기로 해룡고등학교 원불교 학생회(해원회) 회원들과 일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법당을 오가는 계기가 됐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영산선학대학교에서 법회와 함께 '심심풀이 마음공부 동아리와 원학습코칭'을 지도했는데, 이를 계기로 원기102년 출가자를 양성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임 교무들이 교화해 출가시킨 사례까지 꼽는다면 해룡고등학교 출신 전무출신은 20여 명에 달한다.

요즈음 교육과 관련한 뉴스를 들으면 대개 좋은 이야기보다는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소식들이 많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이야기,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 등 안 좋은 소식 대부분은 인성과 관련 된다. 예전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 해서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 아이들 인성에 대해 책임지고 가르쳤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책임져야 할 시대가 됐다.

해룡고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행복한 아침 24분, 심심풀이 M3, 원학습코칭 등이 있다. 나는 우선 기숙사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심심풀이 M3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순수하게 인성교육 자체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없진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좋은 대학과 직장, 미래를 위해서 공부만 하는 학생들에게 '인성'이란 단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 뿐이었다. 그만큼 인성교육이란 단어적 성격이나 취지로만 이야기하면 참으로 쉽고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는 일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인성교육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법당에 대한 궁금함, '사감선생이 원불교 성직자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호기심, 기숙사에서 친하기 때문에 예의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 학생들은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법당을 오가며 고개만 기웃거리곤 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1년여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스스로 '인성'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하며 생활하고 있는 학생도 생겼다. 나중에는 정말로 궁금해졌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을 보면서 교당 청소년교화와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특히 "사감선생님! 아니 교무님"이라고 부르면서 "내일 해원회 법회 보죠? 간식있어요?"라고 법회 전날 확인하는 학생들을 보면 법회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더 쓰게 된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기숙사 사감이면 사감이지 원불교 교무라는데 뭐지?"하면서 궁금해 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입에서 '교무님'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책임감과 함께 뿌듯함이 느껴진다.

법당 교무와 기숙사 사감! 서로 다른 역할이지만 다르지 않다. 기숙사 사감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전무출신이라는 생각을 항상 머릿속에 담아두며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의 마찰, 진로 및 고민 상담 등의 다양한 경계 속에서 단순히 감정에 끌려 흥분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항상 일관된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다보니 아이들은 신뢰를 갖고 친밀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원불교 교립학교, 인성교육 프로그램, 해원회 법회 그리고 기숙사 사감이자 원불교 교무인 나.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원불교 교법에 젖어가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말이다.

/해룡고등학교 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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