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낙원, 천국, 불국토는 종교의 힘으로 삶의 고통을 극복하고, 이웃과 더불어 행복과 평화를 나누는 세계를 뜻한다. 전망품은 그러한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상세계는 일찍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아틀란티스〉, 캉유웨이의 〈대동서〉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근현대에는 실제로 이러한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하는 운동이 일어난다. 서양에서는 생시몽, 푸리에, 오웬 등 공상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이나 재세례파의 아미쉬, 메노나이트, 후터라이트 등의 종교 공동체가 나타난다.

동양 또한 요·순·우·탕·문·무·주공의 이상세계를 갈망하거나 불교, 도교, 민족 종교 등에서 다양한 공동체가 나타났다.
20세기 초에는 인간이 그토록 그리던 착취와 계급이 타파된 평등세계인 소비에트 연방이 건설된다. 그러나 도덕의 한계로 70여 년의 실험이 끝나고 말았다.

세계는 제우스신이 감추어둔 불을 인간에게 전한 프로메테우스가 상징하듯 문명의 시작과 함께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성적인 기아와 질병, 일상적인 투쟁은 다소 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정치·경제·문화적 갈등과 성별·민족·피부색·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물론 욕망을 소비하기 위한 자원 고갈, 생태계 교란,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한다고 행복한 것이 아님을 올더스 헉슬리가 이미 〈멋진 신세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 세계에서는 통제와 환각에 의해 행복이라는 감각이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 및 세계의 이러한 정신분열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인간은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협동조합운동이다. 1895년 창립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자본주의 문제를 치료하기 위한 이 운동을 수렴한 것이다. 현재 약 8억 명의 회원을 가진 이 연맹은 일찍이 인간의 존엄, 상호자조, 경제민주주의라는 원칙을 수립했다.

이러한 조합공동체는 종교공동체로부터 시작되었다. ICA도 애초에 청교도의 이념이 개입되어 있다. 불법연구회는 불법에 의해, 이스라엘의 키부츠는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위한 시오니즘에 의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공동체는 가톨릭에 의해 건설되었다.

크로포토킨은 1914년 〈상호부조론〉을 통해 적자생존의 진화론을 반박하며, 상호부조를 통해 인간은 서로 협력하는 존재임을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 캉유웨이는 대동세의 극치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는 불생불멸의 신선의 세계와 고가 사라진 불교의 극락세계가 흥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헉슬리가 노장사상이나 불교의 선사상에 심취한 것도 이상세계는 종교적 세계를 근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소태산이 물질과 도덕문명의 조화 속에 "멀지 않은 장래에, 산에는 도둑이 없고 길에서는 흘린 것을 줍지 않는 참 문명 세계를 보게 되리라"고 예언한 것은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서 "대도가 행해지는 세상은 천하를 공공의 소유물로 삼는다"는 이상세계와 일치한다.

원불교는 이러한 세계의 구현을 앞당기기 위한 인적 물적 결합체로서의 종교공동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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