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으실 때면 봄꽃 소식이 도하 신문을 장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봄꽃 하면 제가 지난 달에 소개한 매화가 으뜸입니다만, 가까운 곳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이 아쉽지요.

의외로 봄에는 곳곳에서 노란 색깔의 꽃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개나리가 그렇고, 개나리를 닮았지만 조금 더 일찍 피는 영춘화, 그리고 오늘 소개하려는 두 나무 즉, 산수유, 생강나무 등의 꽃들이 모두 노란 꽃들입니다. 어쩌면 봄에 일찍 활동을 하는 곤충들이 노란 색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매우 작은 꽃들이 작은 뭉치를 이루어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서 피어나는 모습이 서로 너무나 닮은 나무들입니다. 그래서 이른 봄에는 이 두 나무의 꽃들을 혼동하는 분들이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초보자에게 권하는 가장 쉬운 구분법으로는, 집 근처나 공원에서 보면 산수유, 산에서 보면 생강나무라고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90% 이상 맞으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산수유가 더 익숙한 이름이라서 이를 기억하신 분들이 산에서 만나는 생강나무 꽃을 산수유라고 강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더욱 심한 경우는 김소월의 시에 나오는 산유화라고 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 함께 온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끼어들 수 없어서 참으로 난감했지요. 물론 산유화라는 종류의 나무나 꽃은 없고 김소월 시인이 산에 피는 꽃을 통칭해서 산유화라고 노래했을 뿐이지요.

조금 더 기술적으로 본다면, 산수유의 잎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타원형의 일반적인 나뭇잎 모양을 하고 있고, 생강나무는 잎의 끝이 세 갈래로 갈라져 삼지창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나무 모두 꽃이 먼저 피고 나서 그 꽃이 지고나면 잎이 나타나므로 꽃만 피었을 때 (사실 그때가 가장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시기입니다.) 이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요. 그래서 또 한 가지 차이로서, 산수유의 나무 등걸은 매우 지저분하게 벗겨지는 특성을 가진 데 비해, 생강나무는 비교적 매끈한 편이라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꽃을 보고는 구분이 어려울 때 (가끔 산수유가 산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나무등걸을 쓱 보시고 나서 분명한 구분을 내려 주신다면 나무 전문가 대접을 받으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집 근처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산수유.
삼지창 이미지 잎의 생강나무.

산수유는 가을에 조금 기다란 모습의 빨간 열매를 맺습니다. 이 열매를 그냥 먹으면 그다지 맛있지 않지만 건강에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채취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생강나무는 삼지창 같은 잎을 뜯어서 양손으로 비벼보면 향긋한 생강의 향이 나는데 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가을에 열리는 황적색의 생강나무 열매의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썼기 때문에 개동백, 산동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꽃 모양 자체를 보아서 그 차이를 구분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작년 봄에 세종시 국책연구원에 근무할 때 청사 주변의 산수유 꽃과 뒷산 괴화산에서 본 생강나무 꽃을 카메라를 아주 가까이 들이대서 찍은 후에 그것들을 더 확대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제법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생강나무 꽃은 작지만 많은 꽃잎이 달려 있는 데 비해 산수유는 꽃잎은 거의 없다시피 한 채 긴 대궁이 끝에 작은 동그란 뭉치들이 달려 있네요. 이 정도로 자꾸만 궁금해 해야 진정한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화정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