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으로 전통문화예술인 길러내요"

판소리 전공 후 국악교육대학원으로 교육자의 길

국악과 가까운 원불교, 법회 성가에 장구 반주 제안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합쳐도 50명이 채 안 되는 강원도 시골학교,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멀리서 온 다정한 국악선생님이 가르치는 음악시간이다. 사물놀이도 배우고 국악도 배우지만, 쉬는 시간이면 쪼르르 선생님에게 달려가 그림도 같이 그리고, 손장난도 해본다. 올 때마다 선생님에게 편지며 사탕, 들꽃들도 수줍게 전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최순정 학교문화예술강사(목동교당)가 기억하는 첫 학교 얘기다.

"귀래초등학교는 5,6학년 합쳐도 15명인 시골 학교예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그런 작은 학교를 영화나 TV에서만 보다가 가본 건데, 꿈을 교육쪽으로 정하는 계기가 된 곳이죠."

그의 직함 학교문화예술강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으로, 국악과 연기, 무용, 만화 등 7개 분야에서 전국의 인력풀을 갖고 있다. 이 중 국악이 70~80%로, 도심의 큰 초·중·고교는 물론, 귀래초교처럼 시골의 작은 학교에도 파견되어 아이들에게 배움을 전한다. 판소리 전공의 최순정 예술강사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합격, 강원도를 거쳐 서울에서 교육하고 있다.

"예전에는 초·중·고 음악교과서 대부분이 서양음악이었고, 국악은 한두 곡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국악 비중이 교과서의 40% 이상이어야 해요. 기존의 음악교사들이 국악을 배워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진흥원에서 전문강사들을 선발해 학교에 보내는 거죠."

많은 학교가 전체 음악시간의 50%까지도 국악으로 배정하고, 발표회나 행사를 마련할 정도로 환영받는 예술강사. 매번 학교를 선택해 나갈 수 있는데, 그는 특히 초등학교를 선호한다.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때 국악을 접하고 감수성을 기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이유다.

"강강술래를 예로 들면, 중·고등학교는 배경, 연원을 가르치고 외우지만, 초등학교는 일단 그냥 해보거든요. 손잡고 신나게 돌며 몸으로 놀이도 가락도 익히는 거죠. 강사 중에는 초등학교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그 에너지를 국악으로 돌리려고 해요."

그의 교육 모토는 '쉽고 친근하게'. 교과서의 전래동요, 창작국악은 물론, 학생들이 국악에 재미를 느낄 만한 프로그램들도 준비한다. 특히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사물놀이며 설장구, 국악극 등 아이들과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학교 현장에서 높아진 국악 비중을 보니 더욱 책임감이 들어요. 아직까지는 서양음악만큼 심리적 장벽이 낮은 건 아니지만, 벽돌 하나 쌓아 성을 이룬다는 마음입니다."

학교를 찾아다는 것이 고되기도 하지만, 그는 대학 때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 수업 들어갈 때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고, 만에 하나 헛갈리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줄까 봐 몇 번이고 체크하는 그다.

"한 학기 수업 준비하고 완성하는 건 판소리 공연만큼 힘들어요. 그런데 소리할 때도 공연까지는 곧 쓰러질 것 같아도 무대에서 서면 그 힘듦이 싹 사라지거든요. 아이들과 연습해 발표회 무대에 올릴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 보람과 전율이 또 다시 저를 강단에 서게 합니다."

교육자 이전에 다부진 소리꾼인 그는 중학교 때 소리를 시작해 대학에서 전공했으며, 국악교육대학원으로 진학 후 올해 논문 예정이다. 목동교당 이인성·최인오 교도의 딸로 대대로 일원가족의 품 안에서 자라온 그가 판소리를 만난 것도 교단 안에서다.

"WBS 원음어린이합창단 1기 활동 중 사물놀이로 국악을 만났어요. 처음 접한 가락이며 국악기에 폭 빠져서 합창단 이후로도 계속 팀을 이어갔죠."

당시 사물놀이팀은 여러 교당들은 물론, 논산훈련소 군종법회에도 공연했다. 본디 노래도 잘하고 주목받는 것도 좋아했던 그는 판소리를 시작하자 심봉사 심청이 만난 듯 눈이 번쩍 뜨였다. 고등학교 때 정수인 명창(여의도교당)에게 배우기 시작해, 우리 시대 최고의 명창인 그를 스승으로 모셔왔다. 좋아하는 대목은 춘향가의 쑥대머리와 춘향이 옥에 갇혀 노래하는 장면이다.

"국악과 가장 가까운 종교가 바로 원불교입니다. 원래 시장판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노래하고 추임새 넣었던 것이 국악인데, 원불교도 그렇게 우리 민초들의 삶에서 비롯됐잖아요. 그런데 국악과의 연결이 약해 좀 안타깝습니다. 몇몇 교당은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성가 부를 때 피아노 반주에 장구를 넣어 분위기를 살리는 거죠. 익숙해지면 단소, 대금같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국악기를 더하고요."

이제까지는 교단 행사에서 노래공연을 해온 그, 이제는 어린이법회나 행사에서 장구수업이나 전래놀이 등을 가르치며 교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단다. 우리의 것을 되살리고, 국악감수성을 심어주는 젊은 국악인이자 교육자 최순정 예술강사. 그가 길러낼 미래의 전통문화인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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