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식 교수/동영교당, 금강대학교 사회복지학
헌재결정 이끌어낸 원력은 민주주의 염원하는 시민들 참여

사드문제 일원의 주인으로 천의를 감동시킬 우리들 과업



몇 주 전 익산에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옆자리에 알고 지내던 기자가 앉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3시간 동안 조용조용 대화의 꽃을 피웠다. 둘은 어느 교당에 다니는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는 정치적인 현안으로 옮겨 갔다. 원불교 성주성지 가까운 곳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국방부와 이를 반대하는 종단의 입장과 현실적인 대응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현 국정농단에 관한 각자의 견해를 나누었다.

필자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고 대법원까지 장기간의 재판을 마친 뒤 1994년 일본 유학을 떠날 때 배웅하던 친구와 함께 새벽안개 자욱한 원불교총부 대종사성탑에서 함께 기도를 올렸던 이야기도 했다. 귀국 후 원청40주년 준비위원장으로 대회성사를 위한 총부 송대에서 새벽100일 기도에 대한 사연도 말했다.

필자는 버스 안에서 다 말하지 못한 현 시국을 바라보는 생각을 지면을 통해 거칠게 밝히고자 한다. 현 시국은 엄중하다. 나라를 다시 바로 새워야할 정도이다. 박근혜대통령의 탄핵과 국정농단 주역들의 처벌을 바라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에서도, 전주에서도 지속되어 왔다. 물론 익산에서도 촛불집회가 있었다. 국민들은 국정공백을 더 길게 끌지 않고 지금의 촛불민심을 반영한 헌재결정을 기다렸고, 결국 박근혜대통령은 파면됐다.

박근혜대통령측 대리인단과 7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박근혜대통령을 옹호하며 탄핵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검연장을 거부했었다. 일부에서는 국론 분열을 염려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단군 이래 최대 헌법유린과 부패추문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하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결정은 헌법정신에 기반한 공직윤리와 가치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현 시국에 대해 원불교는 뭐라 규정할 것인가? 대종사님이 원기4년(1919년 3월)에 9인 제자에게 말씀하신 법문이 떠오른다. 지금의 시국을 범연히 생각할 수 없는 상황 즉 '개인·가정·사회·국가가 모두 안정을 얻지 못하고, 창생의 도탄이 장차 한이 없게 되는 상황'이라 말씀하신 구절이다. 우리는 사없는 마음으로 기도하여 천의를 감동시킨 일이 과제로 부여되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체계 하에서 보면 천심이 곧 민심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규정하고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천의(天意)는 민의(民意)이기에 우리의 기도는 지금의 탄핵정국에서 민의를 감동시킬 현명한 현재결정을 이끌어낸 원력인 것이다. 대종사께서 말씀한 우리의 기도는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는 것이다. 필자가 서울 광화문과 전주 풍남문에서 10여 차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원기4년 1919년 3·1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시기의 대종사님 법문까지 생각하고 행한 것은 아니지만, 현 시국에서 기도는 정신을 가다듬는 행위이며, 법치주의(法恩)원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촛불을 들고 나라가 바로서기를 행선하듯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박근혜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사드배치는 신중해야한다. 현명한 헌재결정을 이끌어낸 원력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의 참여였다. 황교안대행은 박근혜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행해야 하며, 정권교체까지 한시적이다. 따라서 사드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시민의 뜻에 따라 재논의 해야 한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가 원불교성지를 지키는 것은 촛불 시민과 김천, 성주 시민 모두 함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물질은 상대적인 에너지를 가진다'라는 상대성 이론으로 인간정신을 설명한다. 우리의 기도는 정신을 가다듬는 행위이며, 우리는 자신이 서있는 곳,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아는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드문제는 일원의 주인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여 천의를 감동시킬만한 우리들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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