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련 소장/둥근마음상담연구소

얼마 전 70대 노인들의 자아정체성 회복 및 증진을 돕는 집단 프로그램이 3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과 생활 적응을 통해 자아 통합을 돕는 목적으로 6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으로 어색하게 시작했다.

남편의 오랜 무능력과 이기심으로 인해 힘들었던 노인 A의 삶이야기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남편에 대한 응어리로 이어졌다. 남편 대신 자녀들에게 쏟던 애정의 기대감은 핵가족 특성으로 인해 더욱 폭발적인 불만으로 되돌아오면서 심한 우울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거 삶을 재정리하는 가운데 자신의 욕구분출 방식과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알아차리는 시간이 주어지자, A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고 남편과의 관계를 점차 회복하며 자녀와의 균형감있는 유대를 이루어나갔다. A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재충전하며 환한 얼굴로 변화해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헌신적이며 열정있는 A는 이기적인 남편과 장성한 자녀와 함께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자신 만의 지혜를 발견해 나간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자성의 태도를 갖게 하는 유연함으로 A는 노인기의 발달적 과제를 잘 수행하게 된 셈이다.

대개 노인기는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과거의 삶의 회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갈무리해나가는 실존적 자아 통합의 속성이 있다. 살아온 인생을 가치 있는 삶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다가올 죽음에 대한 수용적인 자세로 전체성을 향하면서 통합적인 자아정체감을 확립해나간다.

이에 반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거나 나약하고 분열된 자아상으로 지각 하게 될 경우 후회와 실망은 분노와 고통, 고립감으로 발전되면서 병리적인 심신 상태를 촉진하기도 한다.

가족과 단절돼 외로이 사는 80대 남성 B는 가난한 시절 산업화 현장에서 외국을 드나들며 나름 성공적인 삶을 이루었고 자녀들도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게 했다. 그러나 작금의 나라 현실을 개탄하며 젊은이들에게 일방적인 호령을 일삼는 독불장군 형의 완고한 성격은 가족과도 단절, 별거상태가 되면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무대가 사라진 뒤에 오는 공허감과 좌절감을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만했다.

이질적인 집단 안에서 표현의 기회가 차차 주어지게 되자, 손상됐던 자아감이 어느 정도 균형감을 회복해갔다. 그러나 후속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상태라 아쉬움이 컸고 역량 있는 노인들의 집합체가 구성된다면 훨씬 더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의 퇴색이나 상실은 내적인 상처 감으로 혹은 수동적인 순응이나 억압의 형태로 변질되어간다. 교단에서도 이런 측면을 고려한 교화정책이 보완된다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댁의 대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일생을 살며 순종적인 삶에 매몰되어있는 C할머니. 장남의 오랜 병환으로 손자, 증손자 까지 부양하며 스스로의 정체성 혼란에 힘들어하는 D할머니. 모두다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모성상을 지키는 집단원들 이다. 현대를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역할들을 수행하고 상처감을 갖고 사는 것이다. 그들은 집단속에서 정리하고 나누면서 스스로 조금씩 성장해 갔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우리 교단의 세대 구성원도 고령화 되고 있다. 건강한 여생을 위해 노년기의 꽃이라고 하는 지혜의 성을 구축하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억과 평가, 정리를 통해 수정되고 재통합함으로서 종합적인 자기 전체성을 지금 -여기 현실에서 발견하는 것은 인생의 핵심 과제이며 이것 또한 자기를 세우고 세상과 나누며 일원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과 다름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