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그치니 강과 산이 고요하고
해 떠 오르매 우주가 밝도다
도적이 본디 네 집 식구이니
순하게 돌리면 도가 크게 이루어지리


삼산 김기천 종사(1890~1935)
1927년 작. 월말통신 8호 수록.
〈원불교문학100년 기념문선〉



삼산 종사가 1927년 12월5일 밤 꿈에서 대종사를 뵈었다. 대종사가 앉아 있는 초당 벽 위에 이 시가 걸려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러므로 이 시는 무의식에서 지은 시라고 한다.

이 한시를 읽으니 '영산춘풍 다시 불어 우담발화 꽃이 피니~' 성가 6장 대종사 찬송가가 떠 오른다. 내 마음에 경계의 세찬 바람이 그치면 본래 마음이 보인다. 고요할 때 그 경계의 순간을 보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해로 인해 온 세상, 우주가 밝듯이 내 안의 지혜의 달이 떠오르면 역시나 밝아진다. 도적이란 본래 밝은 성품, 마음을 좀 먹는 탐심 진심 치심일 것이다. 이것은 내 집 식구이면서 너의 집 식구이기도하며, 온 우주를 혼란에 빠트리는 한 물건이다. 한 물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우주를 상대로 혹은 너와 나의 본래 면목을 상대로 그 무엇을 하고자 한다. 탐심과 진심, 치심이 다 녹아난 그 마음이라야 참 도가 크게 드러날 것이다. 신앙, 수행은 물론 교화도 그 마음으로….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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