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매주 봉사하러 오는 청주교당 교도님이 냉이는 봄에 먹는 인삼이라 불린다며 손수 캐온 냉이로 된장국을 끓여주었다. 오랜만에 봄 향기 가득한 냉이 된장국을 먹으니 그 봄기운에 절로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는 된장국을 먹을 때면 언제나 생각나는 식당이 있다. 그 식당은 바로 원불교 군종교구(충남 논산)옆에 위치한 '한마당'이라는 식당이다. 왜 이 식당이 생각나느냐 하면, 내가 아프리카 까풍아교당에서 근무를 마치고 바로 육군훈련소교당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를 할 때 초기 군종교구 사정상 육군훈련소 원불교 종교행사를 혼자 도맡아 해야할 때가 있었다.

별 경험이 없었던 나는 훈련병 1천명이 넘는 그 큰 덩치의 종교행사를 한 주 한 주 최선을 다해 했었지만 부담도 컸고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었다. 그렇게 종교행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한마당식당에 가면 사장님은 조그마한 뚝배기에 지글지글 끓는 된장국을 내주시며 '도광교무님! 오늘도 슬렁슬렁 잘 하고 왔나요?'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점심만이 아니었다. 바쁜 일요일 아침에 서둘러 종교행사 준비를 마치고 식당에 들릴 때도 '어서 와서 빨리 밥 한술 뜨고 힘내서 잘 하고 와요!'하며 된장국을 끓여주었다. 가끔 운이 좋은 날에는 소고기도 몇 점 넣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한마당식당과 나는 된장국으로 정을 쌓았고, 그 힘으로 3년 동안 육군훈련소에서 원불교 종교행사를 통해 군교화를 열심히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떠난 후로도 어디서든 된장국을 먹으면 그곳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마당식당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을 오갔던 많은 사람들은 한마당식당을 늘 생각하고 그리워했다. 그곳은 그랬다. 사장님, 사모님, 함께하는 어머니들은 식당에 오가는 모든 사람에게 계급이 높던지 낮던지 구분하지 않고 그에 맞게 정성스런 인심으로 대해줬다.

돈을 벌기 위한 장사이기 전에 한마당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해서 든든하게 돌려보내는 것이 한마당의 마음이었다. 또한 어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즐거워 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줬다. 그래서 그 정성스레 인심이 담긴 된장국 한 그릇에 육군훈련소 훈련병이든 별 두 개를 달고 온 훈련소장이든 모두가 행복했고 든든해했다.

'인정이 과하면 착심이 되나, 적당하면 바로 그것이 덕이라'는 정산종사의 말씀처럼 한마당식당은 인정이 적당해 늘 덕이 가득했고,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인심으로 베푸는 정이 있기에 그곳에는 고향 같은 훈훈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 이름이 '한마당'인가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인심(人心)이 곧 천심(天心)이다. 그런고로, 마음이 화평하고 순탄하면 천지의 화평화고 순탄한 기운이 모여 들고, 마음이 불평하고 악독하면 천지의 불평하고 악독한 기운이 모여 드는 것이다"라고 말씀했다.

된장국 한 그릇에 한마당의 인심이 내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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