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쾰른교당은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해외교화현장에서 하나씩 개척해 가는 이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어쩌다 한 번 고비를 넘었다고 해서 웃고 있을 여유가 있겠는가.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법신불 사은의 가호에 심신을 맡기고 가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그러나 만일 모든 것이 갖춰진 다음, 예를 들어서 언어가 완벽해진 다음에 교화를 하려고 한다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어느 모로든지 최선을 다해서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심경으로 첫 번째 주어진 종교연합 축제의 초대를 기꺼이 수락했다.

사실은 첫해에 이웃 도시의 종교행사 주최자가 교당을 방문했는데, 독일어를 단 한마디도 못하는 나를 보았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약속한 기일에는 아무런 소식도 우리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그 해 가을, 한 사람이 우리를 방문했는데 찾아온 목적을 들어보니 동일한 행사를 위한 것이었다. '이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참여를 결정했다.

그리고 '언어를 초월한 참여의 길'을 고민한 끝에 우리 성가 두 곡을 이원조 교무와 함께 무반주로 불렀다. 우리 성가의 신선함과 보기 드문 여성 성직자들의 출현 덕인지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위태롭게 참여를 늘려간 고정적인 주변 행사가 어느덧 네 가지가 되었다.

앞서 밝힌 이웃도시의 종교화합제, 우리가 있는 도시에서 새로 출범시킨 종교문화 축제, 시에서 주관하는 연례문화축제 그리고 종이박물관 축제이다. 올해부터는 마을축제를 공의로 출발시켜 우리 자체의 바자를 공식화시키고 종이박물관 축제참여도 포함시키게 됐다. 이러한 자리를 위해서 항상 연꽃등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원조 교무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우리만의 문화매체 'CD와 책'을 발간해 꾸준히 볼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이 모두가 적은 인원과 부족한 실력, 간고한 살림 속에 이뤄지기 때문에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지금껏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다. 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 자리를 고수한 이유로 우리가 불교를 대변한다는 사명감이 한몫을 한다.

이곳에서 몇 년을 지내며 실감하는 사실은 세계의 불교적 뿌리가 그다지 견고하지도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으며 아시아의 많은 불교인구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불교들은 오래된 전통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다른 말로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뒷받침하게 된다. 그럼에도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계층에서 불교적 지식이나 경험의 중요성이 날로 비중이 높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추세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새롭게 변화하고 시대에 발맞춰 무장된 불교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우리는 스승님의 법과 직접 훈련을 이끌어 준 역사, 재가출가 교도들의 알뜰한 정진의 기풍이 이어지면서 세계 속의 불교역사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고 본다. 불교대표로 불러줄 때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소중한 새 뿌리를 지키는 것이 어쩌면 불법(佛法, 미래의 주법)을 지켜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힘없는 우리에게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일원상의 종지와 종교간 화합을 이끌어 온 교단의 수레 한 귀퉁이에 손을 얹고 나아간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계속 나아가지 않는다면 범람하는 불교적 문화의 흐름 속에 정작 누가 나서서 이 시대의 불교를 대변할 것인가? 우리를 잊지 않고 함께해 주는 법동지들의 응원이 헛되지 않도록 가능한 날까지 나아갈 뿐이며 더욱 보은할 수 있는 나날이 되기를 염원한다.
▲ 이명희 교무/독일 쾰른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