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3월 첫 수업

설렘과 두려움 공존

상생의 바람

평화를 데려오는 동남풍이길



3월 새학기가 시작된다. 학교가 주 생활터전인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운 학생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교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달이다.

음악교과를 가르치고 있는 나에게 3월의 무게는 한 학기를 시작하는 첫 수업에 대한 부담이 대체로 차지한다. 아이들의 기대어린 눈빛을 충족시키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수업이 무엇이 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은 매년 3월이면 찾아온다.

사실 여러 번 실패가 있었다. 몸풀기 체조도 해보고 감동적인 내용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줘보기도 하고 나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첫 시간의 어색함을 해소하며 의미 있는 수업이 되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바로 음악활동으로 시작하자 마음먹고 어떤 노래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함께 부르기로 했다. 이 노래는 1994년 발매된 김광석의 4집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김광석이 작사 작곡을 했고 이후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부르고 다양한 버전의 악기 연주도 많이 있는 아주 인지도가 높은 곡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 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4절로 되어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전체 가사이다. 선율도 친근하고 아름답지만 가사의 내용도 참 좋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두 번 정도 부른 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어디일까? 라고 질문을 한다. 그럼 추운 곳, 창문 옆, 시베리아 같은 재밌는 답이 나온다. 그 때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등의 힌트를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중학교, 새로운 반, 학년 이런 대답들을 한다. 그렇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운 곳이다. 3월은 학생들에게도 그렇겠지만 교사인 나에게도 설레이기도,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피아노와 간단한 리듬악기로 반주를 하며 노래를 다시 부른다. 가사의 뜻을 음미하며 다시 부를 때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진다.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또 어떤 각자의 다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더 중요한 것은 노래를 통해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대종사가 말씀해준 동남풍에 관한 법문도 떠올랐다. 대종사는 '엄동 설한에 모든 생령이 음울한 공기 속에서 갖은 고통을 받다가 동남풍의 훈훈한 기운을 만나서 일제히 소생함과 같이 공포에 싸인 생령이 안심을 얻고, 원망에 싸인 생령이 감사를 얻고, 상극(相克)에 싸인 생령이 상생을 얻고, 죄고에 얽힌 생령이 해탈을 얻고, 타락에 처한 생령이 갱생을 얻어서 가정·사회·국가·세계 어느 곳에든지 당하는 곳마다 화하게 된다면 그 얼마나 거룩하고 장한 일이겠는가. 이것이 곧 나의 가르치는 본의요, 그대들이 행할 바 길이니라'고 말씀했다.

지금 우리 모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고 있다.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여 불안하기도 하지만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것은 그 바람이 모두를 살리는 상생의 바람, 평화를 데려오는 동남풍이길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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