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진 교도/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정신의 지도국 국민으로서 가능성 보여

이제 새 정부를 잘 세우는 일에 힘을 다하자



대한민국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대부분의 국민은 특별히 불안해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눈과 귀를 모았던 그날 오전의 20분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그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틀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 전에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던 대통령은 주검이 되어 청와대를 떠났고 그 후에는 군부가 정권을 잡았으며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하고 최소 수백 명을 죽였다. 그로부터 약 40년 뒤인 올해 우리는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 헌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랐을 뿐 어떤 폭력도 동원하지 않았고 군의 개입을 걱정하지 않았으며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 심한 충돌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 중 일부는 경찰과 다투었고 불의의 사고로 세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들도 이제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이 나라의 법치와 국민의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될 만큼 높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우리나라가 아직 일제 치하에 있을 때에도 이 나라에서 "아직도 미비한 점은 앞으로 더욱 발전을 보게 된다"고 하시며 우리나라가 "정신적 방면으로는 장차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제일 가는 지도국이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대종사의 예견이 과연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우리 국민은 의연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대통령의 탄핵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의견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상대를 동지와 적으로 나누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삼아 미워하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다. 일찍이 대종사께서는 "나의 아는 바를 저 사람이 혹 모르거나, 지방의 풍속이 다르거나, 신·구의 지견이 같지 아니하거나, 또는 무엇으로든지 전생과 차생에 익힌 바 좋아하고 싫어하는 성질이 다르고 보면, 나의 아는 바로써 저 사람의 아는 바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며, 심하면 미운 마음까지 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런 일을 없애려면 자기의 성질만 내세우고 의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 시점에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혹시 부인하거나 무시하거나 심지어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그랬다면 참회하자.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이든 반대했던 사람이든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믿었음을 인정하자. 그래야 마음에 원망이 없고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을 수 있으며 누구와도 화합할 수 있다.

집을 부수기보다 잘 짓기가 더 어렵고, 정권을 끝내기보다 새 정부를 잘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들어설 새 정부를 잘 세울 책임은 우리 국민에게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결정문에서도 밝혔듯이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존경할 만한 대통령이 없었다면 그것은 우리 책임이고, 탄핵당할 만큼 정의롭지 못한 대통령을 뽑았다면 그것도 우리 책임이다.

이제 새 정부를 잘 세우는 일에 힘을 다하자. 각 후보가 내놓는 정책과 공약을 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누가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최선인가를 고민하자. 각 후보는 대통령의 자질이 있는지, 정의롭고 능력이 있는지, 국민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책임지고 나라를 이끌 만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를 꼼꼼하게 따지자. 후보 토론회를 반드시 챙겨서 보고 비교하자. 내가 좋아하는 후보를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도 들어 선택에 참고하자. 인터넷, SNS에 떠도는 거짓 정보에 현혹되지 말자. 법에서 정한 절차를 제대로 따랐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자.

그리고 나라를 위해, 세계를 위해 심고 올리고 기도하자. 우리는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창생을 위해 기도했던 선진들의 후손이다.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을 만들 책임은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