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화, 다시 그 아픔을 되풀이 할 것인가
진밭교 교무들의 철야연좌농성, 우리 사회 큰 울림

▲ 황동환 신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확정 발표하던 지난해 7월8일,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이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유엔에 제출한 적이 있다(민중의 소리 2016.7.26. 기사). 당시 사드 한국배치로 요동칠 동북아 정세를 가늠하는 식자들은 과연 동북아의 주요 외교 상대국이자 교역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과 평가를 백가쟁명식으로 내놓았다. 그로부터 1년도 안된 지금은 어떤가.

현재 사드배치 강행의 후과가 예사롭지 않다. 상품수출 10% 감소, 관광 30% 감소, 한류를 비롯한 문화콘텐트산업 20% 감소 등, GDP성장률 1.07% 감소로 이어지면서 한국정부가 떠안게 될 예상 최대피해 액수만해도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jtbc 뉴스룸 보도, 2017.3.8.).

사드배치로 반발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은 단순한 전망을 넘어 현실화 되고 있음에도 한국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나아가 중국은 미-중간 전략균형이 깨졌다며, 자국의 군비를 증강할 태세이고, 대북한 국제공조체제에서 벗어나 오히려 북한·러시아와 외교와 군사적 측면에서 더 긴밀해지는 판국이다.

미국의 한국 사드배치의 이유이자 목적인 동아시아 MD(미사일방어망) 구축은 전범국 일본이 국제사회를 향해 약속한 전쟁포기 선언을 되돌리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넘어 군사대국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진정 이 나라들을 적으로 돌려세워 놓고 정치, 외교, 무역 및 안보 등의 정책을 자주적으로 펼 수 있을까.

국가 안보를 '군사적 효용성'안에 가두면서, 오히려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원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안보 파괴의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 확정 보도가 나오자마자 중국 외교부는 "강렬한 불만,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주중 한국대사, 미국대사를 소환 강력히 항의 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은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한 바도 있다.

남북대결체제로 인한 질곡에 더해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군사적 대결체제가 들어서면 그 부담은 실로 감당할 수 없는 멍에를 우리 국민들에게 안길 것이 분명하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과 러시아와 맺어온 호혜평등의 관계를 적으로 돌려세우는 외교파탄이요, 참사다. 이런 처참한 외교안보의 실패를 목전에 두고 정상적인 국가라면 사드 배치의 '효용성'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위중한 시기에 우리는 과거 청일전쟁, 러일전쟁, 심지어 6.25 한국전쟁까지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참화를 복기해봐야 한다. 같은 실패, 같은 아픔을 되풀이할 것인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인 강대국들 간의 싸움에 우리는 어떤 처지에 있었는가? 싸움의 주역은 주변 강대국들 간의 싸움이었다. 천만번 가정해서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등한 실력을 갖춘 나라가 된다 한들, 교황 요한 23세의 말처럼 결코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며, 공생이 아닌 공멸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범국민적 평화행동의 발길이 성주 소성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드 배치에 대한 성주와 김천의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님들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물러섬 없는 저항과 명확한 인식하에 벌이는 성주롯데골프장 진입로를 막아선 교무님들의 연좌철야농성이 시민사회 뿐만 아니라 종교계 전반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교무님들의 '무아봉공'의 자기 헌신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연대의 발길을 이끌어내고 있다. 모두의 평화를 위한 길이요,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여기서 나는 인간 본성안에 내재되어 있는 평화를 향한 근원적인 갈망을 본다. 그리고 이 갈망이 한반도 및 동북아 인민들이 전쟁의 공포와 위협을 제거하는 평화운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공멸로 이끄는 대결과 적대정책을 멈추고 호혜평등에 입각한 대화로 공생의 방안을 소성리 촛불의 빛에서 본다.

평화를 지키고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이 땅에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소성리의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연대해야할 평화운동이다. 지금 소성리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망루요, 진밭교 교무님들은 동북아시아 평화의 파수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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