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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호두마을
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호두마을
  • 안세명 기자
  • 승인 2017.03.31
  • 호수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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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이 바르게 되었을 때 수행하라'
▲ (사)호두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설립자 손병옥 고문, 지도법사 떼자사미 스님, 운영위원장 선국 스님(왼쪽부터).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최상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매 순간 온전한 알아차림이 있도록 하소서." 국내 위빠사나(Vipassana) 수행의 선도적 역할을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호두마을(이하 호두마을)을 10일 찾았다.
천안 광덕산과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호두마을은 예로부터 호두골로 불려왔으며 만복사라는 큰 가람이 있어 수행자들에게 양명하고 청정한 명상 터로 알려져 있다. 호두마을은 1992년부터 세계적으로 알려진 수행지도자를 비롯해 지도선사와 재가법사를 모시고 부처가 깨달음을 증득한 위빠사나 수행, 즉 '사띠(Sati, 알아차림)'를 통해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의 지혜를 수행케 하고 있다.


깨어있는 기쁨, 놓아버림의 행복

호두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언제나 마음챙김, 언제나 자비행'이란 커다란 표지석이 찾는 이로 하여금 공부심을 각성시킨다. 선객들은 8계(戒)를 지키며, 지금 있는 이대로의 몸과 마음, 느낌 등에 대해 마음의 일체 작용에 물들지 않고, 끊어지지 않게 하는 '깨어 있는 주시', 사띠의 힘을 강화하는데 노력한다.

설립자인 손병옥 고문은 "인생을 살면서 제일 가치 있는 일을 찾다가 위빠사나 공부를 접하게 됐고, 불법을 종교라는 테두리에 가둬서는 그 법을 성취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며 "영원하지 않는 행복은 무상하기에 의미가 없다. 신수심법(身受心法)의 사념처선(四念處禪)을 통해 영원한 해탈에 이르고자 한다"고 위빠사나가 보편화되는 수행의 시대를 희망했다.

12,000㎡ 대지에 마련된 센터는 강의실 및 숙소, 개인 토굴 등 10동의 시설에 1인 1실로 50명이 일시에 숙박이 가능하다. 전문가 지도로 365일 자율수행과 집중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호두마을에는 초창기 가톨릭 신부를 비롯해 종교인들의 방문이 잦았다. 종교란 울을 벗고 지혜 성취를 향한 공부인들의 갈증을 풀어내는 데 본질적인 답을 주기 때문이다. 새벽4시 아침예불과 좌선을 시작으로 오전 일정은 6시 아침공양 및 개인정리, 7시 수행홀 청소 및 경행, 8시 법문, 9시 경행, 10시 좌선, 11시 점심공양이다. 오후 일정은 1시 좌선, 2시 경행, 3시부터는 초심자 그룹 및 경험자 개별 인터뷰가 진행된다. 저녁공양은 없으며, 6시 경행, 7시 좌선, 8시 경행, 9시 이후로는 자율수행 및 취침이다.

수행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수행지도법사인 빅쿠 떼자사미(TEJASAMI) 스님은 "바른 생각과 바른 마음가짐이 수행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된다"며 "위빠사나 수행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 방법을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한다. 올바르지 못한 마음가짐과 수행방법으로는 지혜를 포함한 선한 마음을 기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빠사나 수행센터마다 제시하는 가르침이 조금씩 다른 것은 수행의 기점 차이다. 대표적 수행센터인 마하시는 몸을 관찰하는 수행법을 중시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에 바로 직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몸에 대한 알아차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차츰 몸을 관찰하는 데 능숙하면 느낌(受), 마음(心), 법(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신의 수행, 근기, 조건에 맞는 수행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러한 점에서 쉐우민센터는 마음 쪽을 더 많이 이해토록 한다. 수행과정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에 문제를 느끼고 인식하게 되며, 더 구체적인 설명을 원한다.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마음'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선행돼야 할 이해가 있다. 그 하나는 '수행이란 무엇인가?' 대한 물음이다. 아신 떼자니아 사야도는 "수행이란 마음이 바꿔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며, 나쁜 마음이 좋은 마음이 되도록, 질이 낮은 마음에서 질이 높은 마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곧 바른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기르고 사용하고 향상시켜 나가는 것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마음의 일이지, 몸의 일, 대상의 일이 아니다. 대상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수행하는 것이다.

둘은 '대상'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 합장을 하고 있을 때, 두 손이 닿아 있지만 마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손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사띠, 알아차림의 깨어있는 마음이 있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사띠는 옮길 수 있으며, 이 마음만이 대상을 알 수 있다. 자신이 대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면 마음을 아는 것이다. '아는 성질',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줄 아는 성질', '생각하고 숙고할 줄 아는 성질'을 '마음'이라 한다. 마음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며, 마음을 대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직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셋은 '올바른 수행'에 대한 물음이다. 대상들은 그것의 본성대로 이미 일어나 있기에, 마음에 사띠, 사마디(고요함, Samadhi), 지혜, 고요하고 안정된 마음(三昧) 등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르지 못한 불선(不善)한 마음으로 수행에 임하면 진척이 없으며, 선한 마음으로 수행할 때 비로소 수행의 단계에 이른다. 아신 떼자니아 스님은 "수행은 원하는 만큼 얻는 것이 아니라, 수행한 만큼 얻는다"며 "원하는 마음과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장한 상태로 수행한다면 탐심(貪心)으로 수행하는 것이요, 불만족스럽고 성에 차지 않은 마음으로 수행한다면 진심(瞋心)으로 수행하는 것이며,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생각으로 제멋대로 하고 있다면 치심(痴心)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고 올바르지 못한 수행을 정리했다.

▲ 호두마을에서는 올바른 수행의 안내를 위해 지도법사와의 법문과 개별 인터뷰로 교학적 지식을 넓혀간다.

알아차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호두마을은 올바른 수행을 위해 많이 배울 것을 강조한다. '보고 들어서 아는 지혜(聞慧)', '바르게 생각할 줄 아는 지혜(思慧)', '수행을 통해서 깨닫는 지혜(修慧)'는 '분명한 앎(sati-sampanna, 正念正知)를 가져오며, 이를 위해 선지식의 법문을 많이 듣고 스승과 문답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일을 당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실수를 줄이며, 끊임없이 바름을 찾아 수행해야 함을 일깨운다. 곧 번뇌로써 수행하지 않도록 지혜와 지식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러한 전통은 기존의 알아차림만을 강조하는 수행과는 차별 된다. 이미 일어난, 이미 있는 대상을 키우는 것이 아닌 사띠의 힘인 신심, 노력(精進), 고요, 지혜의 힘을 키우는 것이 참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마음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몸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렇게 묻기만 해도 이미 사띠가 있다. 이미 마음을 보고 있는 것이며, 사띠가 들어온 것이다. 매 순간 자신에게 일깨워 준다면 사띠는 있다.

또한 호두마을에서의 좌선과 경행은 일상수행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탐심과 진심으로 수행하지 말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좌선을 할 때 일어나는 통증을 바라보는 것도 싫어하는 마음이 강한 상태로 관찰하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되 억지로 하거나 참고 있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짐을 지는 것과 같아서 지혜가 들어있지 않다. 또한 시간을 정해놓고 좌선하는 것도 경계한다. 시간을 의식하면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고 저린 동안 일어나는 물질과 정신의 변화하는 과정들을 관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사띠가 이어지는 것만이 중요하다. 경행에 있어서도 평소 걷던 대로 자연스럽게 걸을 것을 가르친다. 천천히 걸으려 애쓰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발에만 집중하다보면 긴장하게 되고 어지러워진다. 온몸을 전체적으로 지켜보며 마음이 발로 가면 발로 가게 두고, 손으로 가면 손으로 가도록 내버려 두며, '무엇을 알고 있는가?', '마음 상태는 어떠한가? 차분한가?', '무엇 때문에 가고 있는가?' 하는 의도까지도 알 수 있다면 더 좋다.

▲ 경행수행은 알아차림 수행을 지속하게 한다.

수행의 본질을 지켜내는 정직한 공동체

호두마을의 운영은 녹록치 않다. 물질적 이익과 사회적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정직한 수행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운영위원장인 선국스님은 "전국 사찰에서는 지금도 적지 않은 분들이 하루에도 수천 배를 올리고, 수백 독의 독경을 자랑삼아 하고 있다"며 "수행자는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통찰의 지혜를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정법수행의 정진풍토가 조성돼야 함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전쟁, 반목들은 삶의 진정한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이 참 수행을 통해 참 마음 회복을 추구하는 호두마을. 그래서 우리사회 생수 같은 수행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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