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은 교무

청소년교화를 시작한지 4년차가 되어가고 있다.

첫 학생법회 날, 20여 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서 부담 반 긴장 반으로 청소년 법회를 봤다. 1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청소년들은 어느새 딱 절반이 되어 있었다. 이윽고 숫자는 바닥을 쳤다.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청소년교화를 말아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을 치고 나니 이제 올라갈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 끈을 꽉 붙잡았다. 터널 같았던 긴 시간들이 마침내 지나갔다.

청소년교화의 봄을 맞이하는 요즘 '내가 만약 이번에 이동 원서를 썼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직자 입장에서 학생들하고 이제 겨우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이동하는 것은 그동안 공들인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3년이라는 시간이 길면서도 짧다고 생각한다. 이제 좀 친해졌구나 싶어서 무언가 해볼만한데 떠나야 한다는 것은 교무 입장에서도 청소년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청소년들에게도 때론 친구같고 형제같은 친밀한 교무가 늘 옆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래 사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되면 거의 한 달 정도 안 나오는 애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과 친밀해질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어느 정도 교무님과 친밀해지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학생들은 시간을 내어 교당을 찾기도 한다. 학생들의 고민은 대부분 진로나 학업 그리고 연애 쪽이다. 그 중에서도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때 나는 내 목적을 애써 감추며 전무출신의 길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청소년 중에는 전무출신감으로 딱인 애들이 간혹 있다. 그 애들을 공들여 출가시킨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보람이 된다. 이것이 바로 청소년교화를 하는 맛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청소년 담당교무도 오래 한 곳에서 머무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번에 '유임'으로 이동원서를 썼다. 심지어 주임교무님께서 이동하시는 상황에서도 깊은 고민 끝에 계속 머무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교무가 바뀌면 학생회가 어느 정도 물갈이 되는 모습을 주변에서 몇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점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주임 교무님이 바뀌면 부직자 교무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교단의 관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욕심을 내보았다. 한 교당에 오래 살면 청소년교화가 더욱더 안정되고 성장되는 교당도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 살고 싶어도 오래 살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는 주임 교무님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청소년교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주임 교무님이 계시면 청소년 담당 교무는 날개를 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직자를 일반교화의 보조자로만 인식하고 청소년교화는 시간날 때 해야하는 교무들도 주변에 있음을 안다. 현장에서 뛰는 교무가 부족한 교단의 현실도 물론 간과할 수는 없다. 때문에 청소년교화를 해볼 수 있을 만한 지역이라면 인사배치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청소년교화를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은 부직자와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실 주임교무님이 한 팀이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의 경우, 빚이 있는 교당에서 청소년들에게 계속적인 지원을 해나가는 것이 때론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청소년은 교단의 희망이다.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투자를 해야만 한다. 현실은 어렵지만 하려고 하면 이루어지는 이치가 있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청소년교화의 봄을 즐기고 있다.

/동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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