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시중쉰 유언, 실사구시와 후도관용…시진핑 리더십 근간
일관계승의 정치역사…중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 한중학술문화교류협회 월례행사에서 이창호 박사는 중국과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정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물 '시진핑'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한중학술문화교류협회(회장 신경숙)가 8일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개최한 월례행사에서 '글로벌 시대의 혁신, 시진핑 리더십'을 주제로 〈시진핑 리더십〉의 저자인 이창호 박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사드문제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보기 힘들 지경이다"며 "이러한 때 시진핑의 중국과 시진핑의 리더십을 파악하면 국제 역학관계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군사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힌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진핑을 이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2002년 임종을 앞둔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가 슬퍼하는 아들 시진핑에게 말한 유언은 오늘날 시진핑이 어떤 자세로 중국을 다스리는지 가늠하게 한다"며 "'일을 할 때는 실사구시, 사람을 대할 때는 후도관용을 지켜라. 이 두 가지만 잘 지키면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한 대목이다"고 했다. 실사구시(實事求是)란 공리공론을 배격하고 오로지 사실에 입각하고 실용적인 자세로 일을 하라는 뜻이며, 후도관용(厚道寬容)이란 후덕한 자세로 관용을 베풀라는 뜻이다.

마오쩌둥과 함께 혁명세력이었던 시중쉰의 아들로 태어난 시진핑이 자연스레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인생을 살아왔던 데에는 아버지의 실각으로 인해 7년여 동안 량자허에서 하방생활(중국에서 당·정부·군 간부의 관료주의를 방지하고 지식인들의 사상을 다진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일정 기간 낙후된 산골 벽지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했던 운동)을 경험하면서부터다. 이 곳에서 시진핑은 지독한 인내와 노력으로 칭화대학교에 입학한 후 졸업을 하고 지방행정가와 공산당원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이러한 시진핑에 대해 이 박사는 "시진핑은 그의 일생 자체를 스스로 갈고 닦은 사람이다"며 "특히 후도관용의 자세는 시진핑이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배운 말인데, 그의 일생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기도 하다"고 정리했다.

2012년 11월 공식적으로 출범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꿈'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중국 제5세대 지도자 시진핑이 '중국의 꿈'이라는 국가발전 비전을 처음 제시한 것은 총서기 취임 후 보름만에 '부흥의 길' 제하 전시회에서 행한 연설에서였다. 시진핑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국가부강·민족부흥·인민행복에 주안을 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가장 위대한 중국의 꿈이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박사는 "시진핑의 리더십은 시진핑 개인의 리더십만은 아니다"며 "덩샤오핑 시대에는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국난을 극복해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게 목표였다면, 장쩌민 시대에는 '아시아 강대국'이, 후진타오 시대는 '세계 강대국'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을 지배한 각 주석들이 내건 '중국의 꿈'은 착실한 실천과 계승에 바탕해 수십 년을 내려온 것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정부가 공산당 18차 당대회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중국이 추진할 국가발전전략과 주요방침을 결정했는데, 이는 후진타오 정부의 전략을 계승발전한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으로 일관성이 부재한 국가 전략에 비해 중국은 긴 안목에서 전 영역을 포괄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이행해 왔다는 점은 국가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박사는 시진핑의 높은 도덕성도 중국을 움직이게 만든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어느 기념일에서 '마음으로 인민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관료가 되면 안 된다'고 연설하며, 관료가 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 강조했다"며 "당의 군중노선교육실천화동 총결대회 연설에서도 '엄격한 규율은 당을 엄격하게 다스리기 위한 전제 조건'임을 반복해서 강조했고, 이를 관료사회의 풍토를 바꾸고 부패를 척결하는 유능한 조수로 삼았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분명한 공사구분과 청렴성, 공정함 강조는 당의 규율을 바로 세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중국 전체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리더십이 됐다.

이 박사는 "14억 중국을 지도하는 시진핑 리더십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며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을 제치고 G2의 자리로 올라선 중국,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에 대해 앞으로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박사는 대한명인(연설학),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로 다양한 강연과 칼럼, 〈안중근 평전〉, 〈이순신 리더십〉 등 활발한 작가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한중연합일보 발행인, 중국 에이룽장성 목릉시 한국특별고문, 중국 성원국제 명예회장 등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중학술문화교류협회는 2004년 설립해 북경대학, 칭화대학 등 활발한 학술문화교류로 '한중 국제포럼'을 진행해왔고, 매년 '대한민국 중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한·중간 정치, 문화, 경제 교류를 통해 민간차원의 공동이익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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