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스승이고 제 인생 전부입니다”

강타원 이성호(68·剛陀圓 李性浩) 교도를 만나려면 교당에서 찾으라는 말대로 그는 단원들과 함께 법정을 나누고 있었다. 노년의 어르신들로만 이뤄진 여1단원들에게 떡국을 끓여 대접하고 과일을 깎아주는 등 일일이 챙기고 있었다. 단장이기보다는 '며느리'가 더 맞다. 지난해 새롭게 단 조직을 하면서 여1단장을 자원한 그는 '돌아가신 시어머니께 다하지 못한 효도를 정성껏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연지동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에 들어서니 집안에서 가장 중앙에 위치한 방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묵향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기도방이다. 정성스럽게 차려진 불단과 사진, 서예 작품, 기도 방석들로 채워진 방은 마치 법당에 들어선 듯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와 함께 절을 올리고 마주 앉으니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제 이야기를 하려면 시어머니(서면교당 창립주 시타원 김정윤 교도)를 빼고는 할 말이 하나도 없어요. 저에게는 스승이고 롤모델이고 제 인생 전부였습니다."

시어머니 김정윤 교도는 젊은 시절 총부에 3개월간 머물며 대종사를 친견한 인물로 3년 전에 열반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던 그는 결혼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이미 입교가 돼 있었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교구에 합창단이 창단된다며 가입하라는 어머니 지시로 시작된 원음합창단 활동은 오랫동안 그의 즐거움이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원불교에 초발심이 나던 때라 어려웠던 교리가 성가에 다 들어있다는 것을 깨치면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20여 년 전, 열악한 1,100만원짜리 전셋집을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모은 1,000만원 적금을 타서 500만원을 뚝 잘라서 어머니께 드렸다. 스승인 어머니의 오랜 서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불교 서울회관이 완공돼 방문해보니 어찌된 사연인지 시봉금 명단에 시아버지 이름이 올라있었고 이를 '공가에 빚을 졌다'고 힘들어하던 어머니 말을 가슴에 품고 꼭 갚아드리리라 다짐했었다.

"그 날, 어머니가 저에게 큰 절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그 돈이 제 이름으로 여성회 창립기금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뭉클했습니다."

그는 장 담는 것부터 주위 인연 챙기는 것, 공부까지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어머니의 삶은 오롯이 그에게 다 전해져 마치 김정윤 교도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강타원이 바로 시타원인 것이다.

"법회 시간, 저 앞에 앉아 계신 어머니 뒷모습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보기 좋게 과일을 깎아내오고 따뜻한 차를 따라주며 소리도 없이 챙김을 받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상대의 안부를 챙기는 모습에서 그의 삶이 그대로 연결됐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남의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스승이었던 시어머니, 자신을 잘 키워준 친정어머니, 결혼까지 성장시켜 내보낸 시동생, 전무출신 길을 걷고 있는 자랑스러운 조카, 교당의 어르신 등 모두 그를 떠나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그를 알 수 있다.
▲ 이성호 교도는 봉공회장, 주무, 항단장 등 20년간 교당 대소사에 항상 일조해 왔다.
그는 서면교당 항단장 역할도 맏며느리가 종가집을 꾸려가듯이 하고 있다. 봉공회장 10년, 주무, 단장, 교도회장을 맡은 남편 보좌 등으로 20여 년간 교당 대소사에는 항상 그가 빠지지 않아 교도들도 그를 찾기 바쁘다. 집안에서나 교당에서나 대질리는 곳에는 쇳소리가 나게 돼있다. 이를 소리 소문 없이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불공하고 감화시켜 화합을 이끌어내는 맏며느리가 바로 그다.

무엇이든 배우기를 좋아해 한지공예, 다도, 사물놀이, 박공예 등 못하는 것이 없다. 특히 서예는 '원불교 원묵회 서예대전(3회)'에서 '대산종사 법어 심원송'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에게 서예는 명상이고 기도다. 동래원광노인요양원에서 서예 지도 봉사를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새벽4시에 일어나 매일 3시간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시간별 계획표대로 착착 진행되는 그의 일상은 군더더기 없는 그의 삶 그대로다.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우라'는 말씀이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법문이다.

"주변에서 국전, 개인전 등 권유도 많지만 그런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올라오는 마음을 바라보며 그 때 그 때 챙기는 공부, 대종사님 공부법만 남았습니다."

강타원(剛陀圓), 그는 〈논어〉 공부를 하면서 법호의 참 뜻을 깨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강은 굳세고 강하여 굽히지 않는 뜻이니 사람이 가장 능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이 욕심이 있으면 강하지 않고, 강하면 욕심에 굴복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 그가 바로 강타원 이성호 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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