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중 원로교무/원불교원묵회 회장
▲ 신위만선지본 화위만복지원, 조정중 작품.
붓글씨의 향기로움과 고품격은 누구나 부러워하면서도 따르지 못하고 이르지 못하는 높은 수준의 능력이며 빛나는 공덕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붓글씨로 사은 위패를 친히 쓰시고, 정산종사를 위시해 역대 종법사께서 붓글씨를 즐겨 쓰시는 등 묵향의 서화실력은 교단 역사를 통하여 수행과 교화에 큰 빛을 발했다.

일찍이 동양의 정신문화는 묵향의 서화를 통하여 문자 이면의 적실한 뜻을 전하면서 선비풍의 물듦이 없는 고결함을 물 위에 달빛 비추듯이 맑게 조명돼 왔다. 특히 주산 송도성 종사는 대종사께서 "그대가 붓글씨에 정신을 빼앗기면 마음의 광명을 얻지 못하리라"고 한 충고를 감수해 열정을 늦추었기 때문에 적은 작품 수에 그친 점은 후진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필자는 서화를 배우기 시작한 지 근 40년이지만 여가선용이라는 미명아래 매우 느린 속도로 접근했기 때문에 서화의 문턱에 턱거리만 하고 있을 때 경산종법사께서 여묵회(餘墨會)의 이름으로 서도회를 구성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여묵회의 기치를 들고 첫 조직을 시도하며 전시회까지 구상을 하였으나 현실은 멀기만 했다. 붓글씨에 관심 있는 분들이 물먹은 종이처럼 기(氣)가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전과 전남지역에 여묵회의 이름으로 서예 조직이 이미 있어서 인터넷 광고가 어려웠다.

필자는 회원제를 포기하고 대담하게 방향전환을 해 작품을 심사 선발하는 '제1회 원불교 여묵회 서예대전'을 개최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대성황을 이룬 것이다. 힘을 얻은 필자는 임원회에서 여묵회의 명칭을 '원묵회(圓墨會)'로 개칭할 것을 결의하고 다음해부터 승승장구 발전을 거듭해 벌써 제5회째 대전을 성공적으로 거행했다.

원묵회의 괄목할 만한 발전은 원불교 서예계에 큰 희망으로 작용해 재가출가 교도를 막론하고 매우 광범한 저변 확대를 성공시켰다. 뿐만 아니라 원불교서예협회는 원불교원묵회와 힘을 합해 원불교 100년을 기념하는 〈정전〉, 〈대종경〉, 〈정산종사법어〉, 〈대산종사법어〉 등을 소재로 한 서예 작품대전을 각각 독립적으로 개최해 서예 역사의 확실한 기념탑을 세웠다.

원불교원묵회는 서예계의 저명인사로 임원을 편성하고 있으며, 서화에 대한 재가출가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것이어서 더욱 다양하고 눈부신 발전과 아울러 각자 스스로의 수행과 교단적인 효율적 교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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