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윤경 사무국장/둥근햇빛협동조합
시민참여와 협동조합…지역 수용성 측면에서 님비현상 극복 열쇠

기후변화 문제 해결 방안, 독일 에너지협동조합에서 배워야



독일에 경기장을 소유한 축구팀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경기장 스탠드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올리고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발전된 전기는 지역 에너지로 사용되고 투자자들은 소액의 배당을 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태양광 지붕 그 그늘에서 쉴 수 있고 지역 건설회사는 시공으로 이득을 얻으며, 그 세금은 지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축구구단은 감사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다 20년 시즌티켓을 할인 해주고 조합원들에게 소시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한 사업가가 풍력발전소를 세우려 했다. 지역주민들은 소음문제, 경관 파괴 등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해당 공무원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협동조합방식으로 변경했다. 풍력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발전 수익이 한 사업가에게 독점되지 않고 지역으로 돌려졌다. 지역주민들은 풍력발전소가 씽씽 돌아가도록 바람이 잘 불어주기를 바라게 된다. 지역 수용성 측면에서도 님비현상을 극복하는 열쇠는 바로 시민참여와 협동조합이다.
▲ 3000명의 회원이 83개의 햇빛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 오겐발트 에너지협동조합.
투자와 수익의 끈이 명확한 햇빛수익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난 3년간 원불교 교단의 힘과 많은 에너지전환을 바라는 마음을 모아 '원불교 100년, 100개 햇빛교당' 사업을 완수했다. 교당전기로 사용하는 자가용 햇빛발전소를 제외하면 23개 햇빛발전소가 상업용으로 운영 중이다. 그리고 2월, 배당률이 총회에서 결정되었고 햇빛발전으로 만든 수익이 많게는 200만원까지 조합원들과 햇빛교당에 전달되었다. 무엇보다 2014년 첫 햇빛교당으로 교당장학기금을 출자한 덕진교당에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전달하게 되어 기쁨이 크다.

물론 언젠가는 은행 적금과 같은 수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에서 받는 이자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해 궁핍한 이들이 낸 연체료일 수도 있고, 사업자금이 급하게 필요했던 자영업자의 높은 이자비용일 수도 있다. 햇빛수익은 투자와 수익의 연결 끈이 명확하다. 교당이 제공한 유휴 공간, 옥상에 조합원들이 모아준 돈으로 햇빛발전소를 올려 만든 천지보은의 수익이다.

교당으로 돌아간 햇빛수익들이 어떻게 다시 천지 보은 결실로 연결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덕진, 함열, 가락, 홍제, 서광주, 산서, 광양교당은 햇빛교당 만들기에 함께 했던 교무님들이 다른 곳으로 가시거나 퇴임을 하셨다. 후임으로 오시는 분에게 적게나마 교당운영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으셨던 그 고운 마음이 잘 전달되리라 믿는다.

일반 학교로 확대되는 원불교 햇빛발전

올해 둥근조합은 3월28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리교당을 시작으로 교단 시설은 물론 설치장소를 교단 외 일반부지로 확대한다. 지난달 서울 금천구에 있는 금산초등학교에 34.5kW의 햇빛발전소를 올렸고 면목고등학교에도 70kW의 햇빛발전소가 올라갈 예정이다. 원불교100년기념 대사회사업인 100개 햇빛교당 만들기가 발판이 되어 이젠 일반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올리는 햇빛사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점차 둥근조합에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하고 함께 천지보은 에너지를 만들어 수익을 나누고 에너지감수성을 높여 갈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구상중이다.

한국전력에서도 작년부터 학교 옥상에 1,000개의 햇빛발전소를 올리기 위해 시공자회사를 만들어 각 일선 학교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기업의 위력일까? 국가가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하는 공무원의 조직적 성과일까? 많은 학교에서 햇빛발전소 설치 신청을 받아 내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서울에 있는 협동조합들은 맨땅에서 서울시교육청과 학교햇빛발전소 올리기 사업을 어렵게 추진하고 있는데 한전이 날름 챙겨가는 형태가 되었다.
▲ 독일의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현황. 2006년 8개이던 조합은 10년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
당면한 과제 재생에너지, 한국의 성적표

세계는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 방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에서 길을 찾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5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량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7.5%로,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에 촉구한 2020년까지의 목표치를 5년이나 일찍 달성했다. 2004년에는 이탈리아의 재생가능에너지 소비 비중이 6.3%였는데 11년만에 거의 3배 가까이 소비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역시 산업부장관이 신·재생 보급 목표를 10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차기 정부에서 신·재생 확대를 강화할 경우 2030년 신·재생 전력량 목표 20% 설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 석탄발전보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전이 공기업 역할에 더욱 충실해주길 바란다. 거대 자본을 투여해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꽂아 재생에너지 설치용량 통계치를 높이는 성과만 챙기지 말고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생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계통망 확장 등 기반 시설 마련에 주력할 것을 요청한다.

국가주도로 만들어진 에너지자립마을이 유명무실해진 사례들이 많다. 정책자금을 투여해 태양광시설과 난방시설을 만들어 놨지만 책임자가 없어 관리가 소홀해져 방치되고 오히려 공짜전기라 무분별한 전기사용으로 전력사용량이 증가되고 있다.

반면 둥근과 함께 만든 햇빛발전소에는 신기한 일이 생긴다. 실제 햇빛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양보다 전기요금이 더 줄어드는 것이다. 3kW 햇빛발전소에서 평균 생산하는 전기는 약 300kWh (3kW*3.4시간*30일)인데 절감량은 수학계산을 뛰어 넘는 기적이다. 자꾸 몸과 마음이 전기를 덜 쓰는 방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전기밥솥에 72시간 이상 보관되던 밥 대신 작은 압력솥에 갓 지은 밥으로 식사를 하게 되고, 햇빛으로 만든 전기로 다림질을 하고 주스를 갈아 일상에 햇살을 담아낸다.
▲ 독일 오겐발트시는 에너지협동조합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건물에서 햇빛에너지발전을 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협동조합의 교훈

며칠 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역할과 과제'라는 집담회에서 독일협동조합 농협연합회(DGRV)와 독일에너지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 안드레아 뷔그박사를 만났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에너지전환이 국가정책 기조이고 공무원이 중심이 되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일은 2006년 8개 에너지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10년간 831개 협동조합이 생겨 10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국도 2012년 협동조합법 발의이후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창립한 강서양천을 포함해 8개 협동조합이 햇빛발전협동조합연합회를 만들었고 전국 30여개가 있지만, 잘 운영되고 있지 않다. 발전소를 올릴 공공 부지 확보, 한전과 대규모 중심의 에너지 정책 등 해결 난제들이 많다.

뷔그박사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독일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라는 것이다. 질문의 답은 첫째, 재생에너지 전력구매와 송전 의무화, 둘째 발전차액지원의 보장이다. 즉 독일은 재생에너지법(EEG)으로 투자자자들이 안정적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하였고 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에너지협동조합의 설립목표를 우선순위를 정하면 1위 재생에너지확대, 2위 지역경제가치 창출, 3위 조합원 배당 등으로 수익이 우선이 되지 않는다. 한군데로 부가 흘러가 고이지 않게 만들고 협동이 개인의 삶과 지역으로 스며들어 생태적 전환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2009년 설립한 독일 오겐발트 에너지협동조합은 3,000명 회원과 총 설치용량 11MWp의 83개 햇빛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다. 2,400개의 공사발주는 250개 지역 건설 기업에 주었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든다. 최근에는 파산한 양조공장을 인수해 '에너지의 집'을 만들었다. 물론 주차장엔 햇빛발전소도 올리고 에너지와 딱히 관련이 없어 보이는 150명 어린이들의 유치원도 만들었다.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연회장과 콘서트 등 문화공간도 제공한다. 조합원들은 매년 바베큐경연대회를 하고 있다. 수익이 누구의 지갑으로 들어가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독일 오겐발트 에너지협동조합은 지역에너지를 활성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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