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교도/계룡교당
감사하면 발견되는 은혜, 감사생활은 일상의 기쁨

원망 속에서도 은혜의 소종래 발견해 감사로 보은



원불교는 은혜와 감사의 종교이다. 그러나 나는 은혜와 감사라는 단어를 기독교에서 더 자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기독교를 흔히 사랑의 종교라고 하지만 기독교에서 사랑과 은혜는 동의어에 가깝다. 특히, 하나님이 행하신 모든 일이 은혜이니,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순종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범사에 감사는 인생의 양지뿐만 아니라, 음지에서도 흔들리지 말고 감사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대종경〉 신성품 12장에 나오는 여관 주인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타력 신앙으로도 기쁨의 생활을 하는 모습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공부거리를 던져줬다. 지은보은은 단순히 은혜를 알아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받은 은혜는 값없이 누군가에게 혹은 그 대상에게 돌려줄 때 은혜로써 완성이 된다. 보은 없는 은혜는 화가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한 것이다.

타 종교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라는 말이 나는 늘 부럽다. 은혜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인하고, 은혜의 근원에 대해 영광을 돌리는 이를테면 말부터 보은을 행하는 모습이 늘 부럽다. 물론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쓰고 있어 안타깝지만 그렇게라도 은혜를 내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형식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은혜의 발견에 공을 들인다. 은혜를 느끼고 알아 보은하고, 원망할 일 조차도 감사함으로써 보은하자는 것이다. 보은의 조목이 제시되어 있으나 부모은을 제외하고는 관념적이라 내건 너무 어렵다. 그러기에 나는 보은의 제일 쉬운 길을 지은보은 사이에 숨어있는 단어에서 찾고 싶다. 바로 감사다. '지은하면 감사하게 되고 감사함으로써 보은하게 된다.' 이것이 지은보은을 쉽게 풀어쓴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리 이야기하면 보은의 시작은 감사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감사한다는 것은 은혜를 발견했다는 것이고, 감사함으로써 보은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은 늘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

신앙은 이성과 감성의 복합체이다. 신은 이성의 영역이고, 앙은 감성의 영역이다. 신은 머리로써 이해하고, 앙은 가슴으로 느낀다. 지은보은을 이야기할 때 어쩌면 우리는 이성의 힘으로만 은혜를 발견하려고 노력한 것은 아닐까 돌아본다. 신앙하기 위해서는 때론 감성의 힘이 더 필요하다. 은혜를 발견하는 일이 감성의 영역에 까지 들어올 때 지은보은의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봄날 맑은 바람 한 줄기에도, 성가의 멜로디 한 소절에도 은혜는 있다. 감성의 촉을 세워 그저 감사해보자. 은혜를 발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감사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은혜이기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함으로써 발견되는 은혜 속에 보은의 길을 찾아보자.

돌아보면 지난일은 다 감사한 일이었다. 감사하다보니 힘겨운 일상도 나름 즐거운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리 감사하는 건 어떨까? 미리 하는 감사 속에 은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은혜가 있어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다 보니 은혜가 발견되는 것이다.

어차피 원망 속에서도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감사할 것이라면 감사부터 먼저 하고 원망의 소종래를 발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힘겹고 어려울수록 감사는 일상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워줄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교정원 교화훈련부가 원포탈을 통해 나에게 감사하는 한 줄 기도문을 작성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한다. 소태산 마음학교 앱에서도 지난 1월부터 한 줄 감사일기 쓰기 코너를 오픈했다. 나를 위한 한 줄 기도문도 좋고, 한 줄의 감사일기도 좋다. 입시 전형이 바뀜에 따라 공부 방법을 달리하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쉽고 효율적인 마음공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감사기도, 감사일기 등의 다양한 시도가 감사의 생활화로 이어져 은혜를 발견하는 쉽고 즐거운 마음공부가 되길 기대해 본다. 감사함으로써 보은하자. 보은함으로써 기뻐하자. 원불교는 누가 뭐래도 은혜와 감사의 종교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