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관습의 규제는 성차별적인 불합리
교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면 그 근본 정신 살려야

▲ 선여운 교도/해룡고등학교 교당
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며 원불교 여성 교도로서 전무출신을 고민 중이다. 2015년 원불교재단인 해룡고등학교에 입학해 원불교를 처음 알게 됐고, 원불교의 교리와 교도들이 너무 좋아 훈증훈련, 신성회, 원학습코칭 등 여러 훈련들을 접했다.

〈원불교전서〉에 큰 관심을 갖고 읽으며 이곳에서 내가 존경하는 인연들과 함께 일하며 힘을 보태고 싶어 출가의 꿈을 키웠었다. 그러던 중 현실에 닥쳐온 정녀제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이 심각하게 충고하기 시작했다. 정녀제도로 인해 나의 출가에 대한 주변의 반대도 심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정녀제도 때문에 출가의 길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 속에 나를 가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교도 비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의견을 물었을 때 정녀제도는 언젠간 폐지 될 거라, 폐지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지금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미루려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자는 원불교에 대해 안 지도 얼마 안 됐고 잘 알지도 못할 것 같으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고 무시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행동이야말로 정말 소통이 안 되며 발전이 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정해 버리는 것이다.

현재 정녀제도를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 그나마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여성이 결혼을 하게 됐을 때 오로지 공도사업에 힘쓸 수 없다는 주장과 여자 정화단이란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스스로를 묶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 정화단에서 스스로 정녀지원서를 의무적으로 받는 이유에 대해선 처음 말한 오로지 공도사업에 다할 수 있도록 가야한다는 이유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는 것으로 들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맞벌이 가정 비율이 43.9%로 여성 사회참여 비율이 높아진 지 오래다. 이 말은 여성이 가정적인 생활에서만 얽매여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성 교역자들이 가정생활에 얽매여 공도사업을 할 수 없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근대적 사고방식이다.

나는 원학습인성교육을 통해 사고력 대조표로 집중력을 키우는 교육을 받았다. 원불교 교리대로라면 유무념 대조를 통해 이 일을 할 때 저 일에 끌리지 않는 공부를 생활에서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공부가 내 생활에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보편적 교육이 아니라면, 이 같은 모순이 또 어디 있을까. 결혼한 여자들은 할 수 없는 공부인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남자교무들 또한 결혼을 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학습인성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가르친 것이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모든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주지 않고 제도적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을 정해버린다면 원불교는 스스로가 여자교무들의 출가를 막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들이 가정일 때문에 공도사업에 힘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스스로가 결혼을 하지 않도록 선택하면 된다. 제도와 관습으로써 이미 규제를 해 놓는 것은 성차별적이며 불합리적인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는 정녀제도 의무화는 소태산 대종사도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대종사의 뜻도 아니라면, 대중의 원하는 바도 아니라면, 출가하려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이 불합리한 제도를 붙잡고 있는 것인지.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원불교가 전세계를 위해 평등하고 원만한 세상을 만들며 세계적인 교화를 이루고 싶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 준비는 다름 아니라 원불교의 평등한 교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면 그 근본되는 교법정신부터 살려야 한다고….

내가 진정 원불교를 사랑하고 또한 출가자로서의 삶을 꿈꾸고 기대했던 만큼 지금의 상실감이 크다. 내가 내년에 출가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부 불합리한 제도 때문으로 생각하면 된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가르쳤다. 고쳐야할 문제라면 미룰 일이 아니다. 책임감 있는 원불교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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