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인류 역사상 최악의 5대 질병에 속하는 안토니우스 역병(The Antonine Plague: 165~180 AD). 이 무서운 전염병은 무려 15년 동안 로마 전역을 뒤덮었고, 전체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미약한 초기 기독교가 부흥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역병 덕택이었다.

당시에도 여러 종교인들이 있었지만 전염병 앞에서는 모두 도망가기 바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병자들을 돌보는 그들 앞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절제된 생활과 그들만의 협력 네트워크는 다른 어느 집단보다 생존율도 높았다. 마침내 그들의 성실한 자세는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결국 313년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를 박해 대상에서 제외했고, 스스로도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됐다. 사회과학자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는 "초기 기독교의 발흥(發興)은 로마 시민과 사회에 크게 끼친 '선한 영향력'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초기 기독교가 온갖 박해를 일삼았던 로마제국까지 감화시켜버린 선한 영향력. 사회·국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 약자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은 안중에 없으며, 작은 교단이지만 로마의 박해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닌 오로지 하느님 가르침의 실천 유무에 명운을 걸었던 신앙의 삶들은 '산 종교의 증거'를 보여줬다.

소태산이 과거 종교들이 민중 위에 군림하고 또하나의 기득권이 돼 개인·가정·사회·국가에 해독을 미쳐온 부패한 종교, 죽은 종교를 역설하기 위해 '산 종교'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모른다. 다만 산 종교가 되려면 무엇보다 '개인·가정·사회·국가'에 도움이 되는 종교가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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